근육 사이에 지방이 고루 퍼진 모양인 마블링으로 유명한 와규 소고기. 일본 과학자들이 와규 소고기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Pixabay

과학자들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와규(和牛) 소고기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와규 소고기처럼 근육 사이에 지방이 고루 퍼져 있는 마블링이 완벽하게 구현됐다. 상용화되면 소를 키우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오사카대의 마츠자키 미치야 교수와 강동희 박사 연구진은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3D 프린터에 소 줄기세포를 넣어 근육과 지방, 혈관이 모두 포함된 와규 소고기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1.5㎝ 길이의 와규 배양육은 단면을 보면 실제 소고기처럼 지방이 고루 퍼져 있고 군데군데 혈관이 보인다.

줄기세포로 만든 근육과 지방 섬유, 혈관을 층층이 쌓아 와규 소고기와 같은 구조를 가진 배양육을 만들었다./일 오사카대

◇근육과 지방, 혈관까지 모두 구현

와규 소고기는 마블링으로 풍부한 맛과 독특한 식감을 제공한다. 논문 제1저자인 강동희 박사는 “와규 소고기의 조직 구조를 청사진 삼아 근육과 지방, 혈관으로 이뤄진 와규 소고기의 복잡한 구조를 3D 프린팅 기술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와규 소고기의 마블링을 구현하기 위해 두 가지 줄기세포를 이용했다. 근섬유를 만드는 근육 위성세포와 지방 유래 줄기세포이다. 3D 프린터로 이 줄기세포를 배양해 근육과 지방, 혈관 섬유를 각각 만들었다. 배양액 속에 바늘을 찔러 줄기세포를 주입해 기다란 섬유 형태로 배양했다.

3D 프린터로 와규 배양육을 인쇄하는 모습. 소 줄기세포를 근육, 혈관, 지방 섬유로 분화시킨 후 이들을 층층이 쌓아 와규 소고기의 조직을 그대로 구현했다./일 오사카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만든 근육, 지방, 혈관 섬유를 실제 와규 소고기의 입체 구조에 맞춰 쌓았다. 이를 테면 기다란 가래떡을 층층이 쌓는 형태다. 배양육을 수직으로 썰면 실제 와규 소고기처럼 근육과 지방, 혈관이 모두 포함된 단면을 얻을 수 있다.

마츠자키 미치야 교수는 “기술을 개선하면 와규의 복잡한 고기 구조를 재현할 뿐 아니라 지방과 근육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방법으로 장차 개인의 입맛과 건강에 따라 맞춤형 배양육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와규 소고기는 근육과 지방, 혈관으로 구성된다(a). 오사카대 연구진은 소에서 두 가지 줄기세포를 추출했다(b). 이 줄기세포로 만든 근육과 지방 섬유, 혈관을 층층이 쌓아 와규 소고기와 같은 구조를 가진 배양육을 만들었다.(c)/일 오사카대

◇온실가스 배출 없이 육류 생산 가능

배양육은 육류 소비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양육은 소를 도축하지 않아 동물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가축은 전 세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15%를 배출한다. 지금 추세라면 인류는 2050년까지 육류를 70% 더 소비할 전망이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9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양육은 항생제 오남용이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도 없다.

지금까지 배양육은 대부분 근육만 배양해 다진 고기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양육이 다진 고기에서 덩어리 고기로 진화하면서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은 지난 2월 3D 프린터로 근섬유를 잉크처럼 뿌려 꽃등심 스테이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도쿄대가 만든 배양육 소고기./일본 도쿄대

일본 도쿄대 연구진은 지난 3월 네이처 출판그룹이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식품 과학’에 소고기의 질감을 그대로 모방한 근육 조직을 배양했다고 밝혔다. 수㎜ 두께의 이 작은 고깃덩어리는 소의 근육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들었다. 연구진은 근육세포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해 근육을 이루는 섬유와 같은 형태로 자랐으며 전류를 흘리면 수축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정부는 처음으로 미국 잇저스트의 닭고기 배양육 제품에 시판 허가를 내줬다. 업계에서는 소고기 배양육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상용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