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을 만든 기술이 암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이 인체 면역체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도록 한 것처럼 암세포도 공격하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암 면역치료’에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 기술로 암 치료 백신을 개발해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에서 암세포 크기 82% 감소
이번 연구는 옥스퍼드대 루드빅 암연구소와 제너 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암에 걸린 쥐에게 백신을 투여하자 36일만에 암세포 크기가 82%나 줄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나 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이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를 만드는 유전자를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벡터)에 집어넣어 인체에 전달했다.
이번 암백신은 같은 방식으로 암세포에 있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전달해 면역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 단백질이 여러 암세포에 공통으로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 폐암과 대장암, 유방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면역세포 부르는 붉은 깃발 전달
면역치료는 환자 자신의 세포독성(CD8+) T세포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이런 T세포가 워낙 적어 면역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코로나 백신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코로나 백신에 쓴 바이러스 벡터로 마지(MAGE)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전달했다. 옥스퍼드대의 베누아 반 덴 아인데 교수는 “앞서 연구에서 마지 단백질이 암세포 표면에서 면역세포들을 유인하는 붉은 깃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다른 백신들이 공략했던 단백질에 비해 광범위한 암 종류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백신을 투여하자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가 크게 늘어났다. 마지 단백질은 정상 조직에 없어 백신이 유도한 면역세포들이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의 위험도 줄어든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의 애드리안 힐 소장은 “이번 새 백신은 암치료에 혁명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 이어 인체 대상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초기 임상시험은 비소세포 폐암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