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로고를 배경으로 코로나 백신 스티커가 부착된 병과 주사기가 놓여 있는 모습./AFP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을 만든 기술이 암 치료에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체가 백신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경험하고 면역력을 갖게 됐듯, 암세포 특유의 유전자를 전달해 항암 면역세포를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암 면역치료’에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 기술로 동물실험에서 암 치료 효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암에 걸린 쥐에게 항암 백신을 투여하자 36일 만에 암세포 크기가 82%나 줄었다고 밝혔다. 올해 안으로 인체 대상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초기 임상시험은 폐암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부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이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를 만드는 유전자를 인체에 해가 없는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벡터)에 집어넣어 인체에 전달했다.

항암 백신은 같은 방식으로 암세포 표면에만 나타나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인체에 전달했다. 그러자 암세포를 공격하는 백혈구인 세포독성 T세포가 크게 늘어났다. 이전에도 T세포로 암을 공격하는 면역치료가 시도됐지만 원래 T세포가 적은 환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코로나 백신 기술로 T세포를 증식시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을 주도했던 옥스퍼드대의 에이드리언 힐 교수는 “이번 새 백신은 암 치료에 혁명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암 백신이 인체에 전달하는 유전자가 여러 암세포에 공통으로 나타나므로 앞으로 폐암과 대장암, 유방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정상 조직에는 없어 백신이 유도한 면역세포들이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