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에서 나오는 항체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에서 회복됐거나 백신을 맞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라빈드라 굽타 교수와 인도 유전체학연구소의 아누라그 아그라왈 소장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다른 변이에 비해 항체와 결합력이 떨어지고 세포 감염력은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신이 아직까지 입원이나 사망을 막는 효과를 유지하고 있지만 의료진의 돌파 감염을 막기 위한 부스터샷(추가 접종) 등 새로운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백신 항체 효과, 델타에는 8분의 1
지난해 말 인도에서 처음 발생한 델타 변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델타 변이와 올 5월까지 영국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를 발생시킨 알파 변이와 비교했다.
코로나 완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항체는 델타 변이보다 알파 변이 바이러스에 5.7배 더 잘 결합했다.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항체의 바이러스 중화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을 2회 모두 접종받은 사람의 항체 역시 델타 변이에는 민감도가 8분의 1로 떨어졌다. 이는 백신 접종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데 항체가 8배 더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항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에 결합하는 면역단백질이다. 바이러스는 스파이크를 호흡기 세포 표면에 결합시키고 내부로 침투한다. 앞서 연구에서 델타 변이가 알파 변이보다 백신 미접종자의 입원 위험을 두 배로 높인다고 밝혀졌다. 백신 역시 아직은 입원이나 사망을 막는 데 효과가 있지만 델타 변이에는 이전보다 효과가 떨어졌다.
◇돌기 단백질 더 많아 세포 침투도 쉬워
연구진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사람 호흡기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에 실험했다. 델타 변이는 표면에 스파이크 단백질이 더 많아 오가노이드에 쉽게 침투하고 복제도 더 많이 했다. 바이러스가 더 잘 증식한다는 것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누라그 아그라왈 인도 유전체연구소장은 “의료진의 돌파 감염은 방역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며 “변이에 대응해 의료진에 대한 부스터샷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는 돌파 감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아그라왈 소장은 “이번 연구는 인구 전체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친 뒤에도 방역 통제 수단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