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이상이 생기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할 위험도 60%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으로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면 인지 능력도 떨어진다고 알려졌지만 대규모 인원을 장기 추적해 안과 질환과 치매 사이의 연관 관계가 확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의학저널(BMJ)은 “중국 광둥의학원 연구진이 영국 바이오뱅크에 참여한 1만명 이상을 장기 추적한 결과 안과 질환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BMJ 자매지인 ‘영국 안과학 저널’에 실렸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성인 50만명의 건강기록과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중국 연구진은 이중 55~73세 1만2364명을 2006년부터 올 초까지 추적 조사했다. 그 사이 2304명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
분석 결과 당뇨망막병증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61%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은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또 노인성 황반 변성 환자는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26% 높았으며, 백내장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11% 높였다. 반면 녹내장은 알츠하이머 치매보다 혈관성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으로 뇌조직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치매를 가리킨다.
시력 손상은 뇌 특정 영역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 얼굴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전에도 시력 손상을 부르는 안과 질환과 인지 기능 이상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소규모 연구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환자는 대부분 당뇨나 고혈압, 심장병이나 뇌졸중, 우울증처럼 치매 위험을 높이는 다른 순환기 질환도 갖고 있어 안과 질환이 직접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이는지 불분명했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원을 장기간 추적 조사해 안과 질환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안과 질환과 순환기 장애를 동시에 가진 사람은 둘 중 한쪽에 이상이 있는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더 높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안과 질환과 치매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혔지만 치매의 원인을 규명하지는 못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