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미확인비행물체(UFO) 현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지난 6월 25일 공식 보고서를 발표, ‘UFO는 물체(Physical Object)다’라고 인정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이 만든 기술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인들이 아닌 해군 조종사 등 군(軍) 관계자들이 보고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라고 했다.

미 해군 조종사가 촬영한 '미확인 비행 현상' /미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2021년 미국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발표된 얼마 후 또 하나의 큰 뉴스가 전 세계 UFO 마니아들을 흥분시켰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천문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에비) 로엡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민간인의 기부금을 받아 UFO의 증거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그는 전 세계 곳곳에 천체망원경을 설치, UFO를 관찰하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시 지난 5년간의 상황을 되짚어보자면 우선 국방부의 비밀 부서인 ‘고등항공우주위협식별프로그램(AATIP)’을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이끌던 방첩 담당 장교 출신 루이스 엘리존도가 불씨를 당겼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퇴직 얼마 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던 레슬리 킨이라는 여성에게 비밀 프로그램의 존재를 털어놨다. 그는 UFO 관련 사실을 은폐, 혹은 대중에 숨기려는 국방부의 폐쇄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레슬리 킨 기자는 이란과 페루, 브라질 등 여러 국가의 전투 조종사들이 목격한 UFO 사례와 각국 정부의 UFO 관련 프로그램을 다룬 《UFOs》라는 책을 2010년에 냈다. UFO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자로 알려져 있었다.

엘리존도는 킨 기자와 만나 정부가 가지고 있는 UFO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다만 조건을 붙였다. 이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킨 기자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뉴욕타임스》의 랄프 블루멘탈 기자에게 연락했다. 《뉴욕타임스》 편집장은 베테랑 국방부 출입기자인 헬렌 쿠퍼를 투입해 세 명이 공동 기사를 쓰도록 했다. 그렇게 2017년 12월 16일, UFO를 정면으로 다룬 특종기사가 탄생했다.

기자는 레슬리 킨과 랄프 블루멘탈 기자, 그리고 하버드 대학교의 로엡 교수를 인터뷰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진지하게 UFO 문제를 선도(先導)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랄프 블루멘탈 기자./블루멘탈 제공

랄프 블루멘탈은 1964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타임스》 기자로 활동했고 이후에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이 신문에 글을 쓰고 있다.

에비 로엡 교수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2017년 10월 ‘오무아무아(Oumuamua·하와이어로 ‘먼 곳에서 처음 찾아온 메신저’라는 뜻)’라는 성간(星間) 천체가 관측됐다. 이는 태양계 바깥에서 온 성간 천체로는 처음 관측된 사례였다. 천문학자들은 이 천체가 일반 혜성이나 소행성처럼 비행하지 않아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당시 로엡 교수는 외계 고등생명체가 보낸 인공물(人工物)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제정신이 아닌 소리를 하고 있다고 그를 공격했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 이어갔고 2021년 초 《외계생명체: 지구 너머 지적(知的) 생명체의 첫 신호(Extraterrestrial: First Sign of Intelligent Life Beyond Earth)》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25개의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하버드대 에비 로엡 교수./ 로엡 교수 제공

레슬리 킨 기자는 2017년에는 《죽음으로부터 살아남다(Surviving Death)》라는 책을 썼다. 임사체험(臨死體驗)과 사후세계(死後世界)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레슬리 킨 기자는 “미국 정부가 (UFO는 외계에서 왔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회의론자들은 증거가 부족하고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다고 비판한다”면서 “더 확실한 증거자료들은 현재 기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개된 영상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장면을 담고 있는 영상들이 있다”면서 “나는 정부의 UFO 태스크포스에서 근무하며 영상을 봤다는 사람들로부터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뛰어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가 이런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UFO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것이기 때문에 ‘UFO를 믿느냐’는 질문은 잘못됐다. 하늘에 구름이 있다는 것을 믿느냐는 질문과 똑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슬리 킨 기자./ 킨 제공

그는 “현재 미 의회에서는 UFO 관련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면서 “미국 정치권에서 유일하게 통일된 의견을 보이는 게 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로엡 교수는 “미확인항공현상(UAP)을 망원경으로 촬영, 고화질의 사진을 토대로 과학적 연구를 할 생각”이라면서 “현재 기부받은 200만 달러로는 약 10개의 망원경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망원경 100개는 설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10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루멘탈 기자는 “이 기사를 쓰게 된 이유는 실명(實名)으로 이를 증언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匿名)의 소식통’ 같은 것은 없었고 관계자들을 모두 실명으로 기사에 담았다. 우리는 해군 조종사들의 영상 중 기밀 해제된 것을 구해 보도했다. 강력한 증거였다. 이런 중요한 문제에 증거가 뒷받침된다면 《뉴욕타임스》나 다른 주류 언론에 실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10월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