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발로 움직이는 로봇개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고양이처럼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는 기술까지 배웠다. 사람이 가기 힘든 곳에서 작업을 하는 로봇개는 늘 추락할 위험이 있었지만 별다른 안전 장치가 없었다.
미국 노트르담대의 하이 린 교수 연구진은 최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미니치타 로봇이 3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안전하게 네 발로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양이의 낙하능력 AI로 구현
미니치타는 네이버랩스의 기술고문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김상배 교수가 개발한 로봇개로 30㎝ 키에 무게가 9㎏이다. 미니 치타는 기동성에서 단연 으뜸이다. 초속 3.7미터로 이동해 전 세계 로봇개 중 가장 빠르다. 로봇개 최초로 뒤공중제비도 성공했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속수무책이었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답을 찾았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 잡아 늘 네 발로 안전하게 착지한다. 연구진은 미니치타에게 이런 고양이의 자기복원 능력을 부여했다. 비결은 인공지능(AI)과 동전이었다.
고양이는 공중에서 낙하할 때 몸을 뒤틀어 늘 땅에 네 발이 닿도록 한다. 그래야 충격을 분산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 로봇도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는 동작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짧은 추락 시간에 착지에 최적화된 동작을 계산하기는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에게 이 문제를 맡겼다.
인공지능은 숱한 컴퓨터 가상시험(시뮬레이션) 결과를 반복 학습했다. 그 결과 낙하 시 첫 자세를 알면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고 바로 안전한 착지에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로봇개가 일종의 ‘반사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생각하기 전에 바로 필요한 동작을 하는 것이다.
◇신발의 동전 무게로 자세 잡기 쉬워져
안전한 착지를 위해 로봇개의 발에 적당한 무게도 추가했다. 지금까지 로봇개는 이동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무게를 줄였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는 다리가 가벼우면 흔들릴 뿐 자세를 잡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연구진은 미니치타의 네 발에 각각 5센트짜리 동전 20개가 들어간 신발을 신겼다. 동전 무게는 500그램 정도가 됐다. 로봇이 떨어질 때 다리가 한쪽을 향하면 몸은 반대로 가는데, 다리가 무거울수록 몸에 그만큼 더 큰 힘을 줄 수 있다. 그 결과 미니치타가 추락할 때 다리를 움직여 몸통의 자세를 원하는 대로 잡을 수 있었다.
미니치타는 아직 고양이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고양이는 3미터 높이에서 몸을 180도 틀 수 있지만, 로봇은 90도 회전에 그친다. 또 고양이의 척추는 휘어질 수 있어 충격 흡수에 유리하지만 로봇은 그럴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로봇개가 몸을 회전해 안전하게 착지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중력이 거의 없는 행성에서 로봇개가 도약과 착지를 반복하며 이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