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의 신실크로드)가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내년 완성되는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은 미국 중심의 국제우주정거장(ISS)과 함께 우주 공동 개발의 큰 축을 맡는다. 미국도 못 했던 달 뒷면 착륙(2019년), 화성 도착(올해 5월) 등 연일 놀라운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과 서방 세계 불안은 점점 커진다. 중국의 우주개발 성과는 군사 목적으로 쉽게 전용(轉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을 증폭하는 뉴스도 이어진다. 지난 16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지난 8월 극초음속 신무기 실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지구궤도에 올랐다가 목표에 가까워지면 낙하하는 무기인데, 미국 첨단 방공망으로도 요격이 어렵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중 충돌의 전장(戰場)이 우주로 확대되며 장기화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우주개발과 그들이 노리는 바를 5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2012년 발사된 선저우 9호. /뉴시스

1. ’제2의 마오’ 꿈꾸는 시진핑

시진핑(習近平·68) 국가주석에게 우주 강국 실현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공산당과 자신의 장기 집권 체제를 굳힐 중요한 의제다.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시진핑은 내년 당대회에서 3기 총서기 연임이 결정된다. 미국에 필적할 강국·강군을 2050년까지 건설하는 게 목표인 그는 전 단계로 사회주의와 군대의 현대화 시한을 2035년으로 정했다.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자신의 강권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

2035년 시진핑은 82세. 그가 경애하는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도 1976년 82세로 사망할 때까지 최고 지도자였다. 마오는 1957년 구소련의 세계 최초 인공위성 발사 직후 우주개발 대응 체제를 세웠다. 시진핑은 60년 전 마오에게서 시작된 우주개발 과업을 자신이 마무리함으로써 ‘제2의 마오’를 꿈꾼다.

2. 우주판 영토 전쟁

작년 6월 중국의 독자 GPS 위성 시스템 ‘베이더우(北斗)’ 완성은 양안(중국·대만) 전쟁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만을 점령하려면 GPS 위성 신호를 통한 미사일 정밀 타격이 필수인데, 미국 GPS에 의존하다가는 유사시 공격이 무력화될 수 있다. 중국이 이를 깨닫고 1984년부터 독자 구축에 나섰다는 얘기다.

중국 달 탐사 계획 총책임자인 예페이젠(葉培建)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은 2019년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우주는 바다(이를테면 남중국해), 달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댜오위다오, 화성은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황옌다오”라며 “갈 수 있을 때 가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고통받는다”고 했다.

3. 인민해방군

중국 우주개발은 군부가 주도했다. 1950년대 핵폭탄·탄도미사일과 인공위성을 병행 개발한 ‘양탄일성(兩彈一星)’ 전략에서도 알 수 있다.

인민해방군은 2007년 이후 위성 파괴 실험을 계속하고 있고, 2016년 첨단 암호 전송 시스템을 갖춘 양자 위성 ‘무쯔(墨子)’도 발사했다. 무쯔가 수집·송신하는 데이터는 타국이 해독하기 불가능. 우주 전쟁의 창과 방패를 동시에 준비하는 셈이다. 최근 미 국가정보국은 “인민해방군이 분쟁 초기에 미국의 우주 체계 공격을 감행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로켓·위성의 개발·제조는 군과 한 몸인 두 국유 기업이 맡는다. 중국항천과기집단(CASC)과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이다. 이창진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인력 규모가 타국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직원이 CASC는 17만4000명, CASIC는 15만명으로 총 30만명이 넘는다. 비슷한 일을 하는 미 나사(NASA)의 1만8000명, 일본 작사(JAXA)의 1600명에 비해 수십·수백 배다.

4.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과 일대일로

중국이 달 탐사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도 자원 개발이다. 중국은 2019년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는데, 핵융합 연료로 기대되는 헬륨3 확보가 주목적 중 하나다.

내년 톈궁이 완성되면 우주 공간의 공동 연구 무대도 중국이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도의 ISS는 2024년까지만 운용되며 이후 계획은 미정. 미국 동맹국 중에서도 텐궁에 참가할 나라가 나올지 모른다. 중국은 이미 올해 3월 러시아와 월면 기지 공동 건설 각서를 체결했다. 최근 몇 년간 이탈리아·프랑스와 우주개발 합작 기업 설립, 기업 간 제휴도 계속하고 있다. 2017년엔 유럽우주기구(ESA)와 공동 훈련을 실시, 독일 우주인이 중국인들과 숙식하며 협력을 다졌다.

5. 제2, 제3 ‘로켓왕 첸쉐썬’ 탄생할 수도

미국이 중국인 한 명을 달리 취급했다면 중국 우주개발이 지금보다 뒤처졌을지 모른다. 그 한 명은 미국에 유학해 항공공학을 공부한 뒤 2차대전 중 미 핵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첸쉐썬(錢學森) 박사다. 첸은 나중에 간첩 혐의로 구속됐고 자기의 중국행을 막으려는 미 당국에 제거당할 뻔했다. 중국의 6·25 미군 포로와 교환 형식으로 귀국한 첸은 미국에 대한 복수심을 발판으로 중국 핵무기·로켓 개발을 이끌었다. 첸을 각별히 챙긴 마오는 그를 ‘로켓왕’이라 불렀다.

중국의 ‘로켓왕’ 첸쉐썬(왼쪽 사진의 왼쪽)과 마오쩌둥(왼쪽 사진의 오른쪽). 달 뒷면에 착륙한 옥토끼 2호의 주행 장면(오른쪽 사진). /중국 국가항천국

귀국 후 첸은 1958년 인공위성 준비팀을 만들었고, 1968년 우주기술연구원 초대 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첸이 개발한 중국 최초 로켓 ‘창정(長征) 1호’는 1970년 중국 최초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를 쏘아 올렸다. ‘톈궁’ 발사에 사용된 ‘창정 5호 B’도 첸의 사상을 발전시킨 로켓이다.

미국은 최근 국방 기술 보호를 위해 중국 엔지니어·유학생 일부를 몰아내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공학, 양자 암호 등 향후 군사 전략을 결정하는 기술 분야에서 미국에 증오를 더할 수 있는 제2, 제3의 첸쉐썬을 무수히 낳는 위험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美 우주군 창설, 50년만의 달 유인 탐사도 中 위협 때문]

한국, 中 견제하려는 美 상황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오바마 정권 때 대폭 줄었던 미국의 우주 개발 계획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 때였던 2019년 우주군이 창설됐고, 바이든 정권은 올해 5월 공표한 예산안에서 우주군에 20억달러 증액한 174억달러를 계상했다. 배경엔 중·러의 위성 공격 병기 개발이 있다. 지난 8월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안타깝게도 우리는 중국과의 우주 경쟁에 돌입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령으로 미국은 사람을 달·화성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972년 달 유인탐사가 종료된 지 50년 만이다. 그러나 나사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 승인을 아직 미 의회로부터 얻지 못했고, 바이든 현 정권에서 이를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측면도 있다.

한편 미국은 2024년 퇴역 예정이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정부 프로젝트를 2030년까지 늘리려는 방침인데, 내년 완성되는 중국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5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해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우주 일대일로’에 맞서 또 한차례 대(對)중국 포위망을 만드는 데 한국이 미사일 개발 능력을 키워 중국 등을 1차 견제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우주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의 우주 기술 자립을 반기지 않았던 미국의 태도가 누그러지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우주 기술 발전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는 “중국의 우주 개발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상황을 한국이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 “한국 독자 GPS 완성, 로켓 기술 고도화와 함께 미국·일본과의 우주 협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