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금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기후변화로 먹잇감이 부족해지면서 북극곰의 사냥 행동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 추정됐지만 실제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22일(현지 시각) “폴란드 과학자들이 지난해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에 있는 북극 연구기지 근처에서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다까지 추격해 순록 사냥
당시 폴란드 연구진은 100m 거리에서 북금곰 암컷이 공기 냄새를 맡더니 이내 해변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북극곰은 몇 초 뒤 해안가에 잇는 순록들에게 돌진했다. 수컷 순록은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북극곰의 추적을 피할 수 없었다. 북극곰의 발톱과 이빨 공격을 받은 순록은 1분도 안 돼 죽었다.
연구기지의 요리사는 이 장면을 영상으로 찍었다. 이 영상은 북극곰이 순록을 사냥해 먹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증거가 됐다. 폴란드 그단스크대의 레흐 스템프니비츠 교수 연구진은 지난 12일 국제 학술지 ‘극지 생물학’에 당시 목격한 사실을 발표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북극 연구기지의 이자벨라 쿨라체비츠 연구원은 사이언스에 “순록이 헤엄을 잘 치기 때문에 북극곰이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며 “북극곰은 순록 사체를 해변으로 끌고와 그 자리에서 절반 이상을 먹어치웠다”라고 밝혔다.
◇얼음 위 물개 사냥을 대체
북극곰은 주로 물개를 사냥한다. 물개가 휴식을 위해 바다 위 빙하에 난 구멍으로 올라올 때를 노린다. 다 자란 물개 한 마리의 지방이면 북극곰이 열흘 이상 견딜 수 있다. 북극곰이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면 몇 달은 먹지 않고 지낼 수 있다.
기후변화는 북극곰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온난화로 바다 얼음이 일찍 녹아버리자 북극곰은 여름철 육지에서 사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북극곰이 바다새 알이나 땅에 묻은 쓰레기를 먹는 장면이 목격됐다. 폴란드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북극곰이 순록을 쫓거나 먹은 사례를 12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극곰의 순록 사냥이 더 빈번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전 보고는 북극곰이 순록을 직접 죽였는지 아니면 사체를 처리한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전체 사냥 과정을 확인했다. 스템프니비츠 교수는 사이언스에 “순록은 수영도 잘하고 장거리 달리기에 능하지만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얼음까지 떠 있는 얕은 물에서 달리고 수영하며 격투하는 철인 3종 경기에서는 북극곰을 이길 상대가 없다”라고 밝혔다.
스발바르 군도의 순록은 별다른 천적없이 번성해 현재 2만여 마리가 살고 있다고 알려졌다. 스템프니비츠 교수는 “북극곰은 바다 얼음이 녹는 여름에 순록으로 먹이를 보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북극곰의 서식지 상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 북극곰 연구소의 수석 과학자인 스티븐 암스트럽 박사는 사이언스에 “북극곰에게는 좋은 소식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육지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사냥 행동은 오랫동안 북극곰이 진화해온 바다 얼음 서식지의 상실을 보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발견은 흥미로운 관측이고 단기간 일부 북극곰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북극곰의 구원자가 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