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그룹 퀸의 노래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는 모든 관객이 따라 부르는 이른바 떼창으로 유명하다. 퀸의 리듬감이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영장류에도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음악 본능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려줄 단서가 나온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언어심리학연구소의 안드레아 라비그나니 박사 연구진은 2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여우원숭이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명백한 리듬으로 노래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자 맞추는 여우원숭이 듀엣
연구진은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여우원숭이 인드리(Indri indri)를 12년 간 추적 관찰했다. 인드리는 일어서면 키가 약 1m 정도인 대형 여우원숭이다. 마다카스카르의 저지대 열대우림은 인드리 여우원숭이의 기괴한 노랫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원숭이는 노래로 집단의 유대감을 높이고 영역을 확인하고 상대의 짝짓기 상태를 파악한다. 노랫소리는 4㎞ 밖에서도 들린다.
인드리 여우원숭이의 노래는 처음엔 무리가 함께 몇 초 동안 큰 소리를 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에는 어른 인드리 두 마리가 이중창을 한다. 처음엔 길게 울부짖는 음조를 5초 정도 내다가 짧게 음이 내려가는 소리를 낸다. 두 원숭이는 이처럼 음이 내려가는 선율의 주기를 조절하면서 이중창을 한다.
이탈리아 토리노대 박사과정의 키아라 데 그레고리오 연구원은 마다가스카르 열대우림에 사는 여우원숭이 20 집단에서 39마리의 노래를 녹음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라비그나니 박사는 인간과 새의 리듬이 유사한 것을 파악한 기술로 여우원숭이의 노래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여우원숭이의 이중창과 합창 녹음 346건에서 어른 원숭이 39마리가 내는 소리 636건을 추출했다. 라비그나니 박사는 “원숭이의 소리를 스펙트로그램으로 시각화하자 음절이 시작되고 끝나는 구조가 바로 리듬임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인드리 여우원숭이가 두 가지 명백한 리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1:1로 마치 메트로놈처럼 각각의 음 간격이 균등하게 배치된 것이다. ‘쿵 따 쿵 따’로 이어지는 식이다. 다음은 1:2로, 음 사이 간격이 앞서 음보다 두 배 긴 것이다. ‘쿵 따 따 쿵 따 따 쿵’과 같다. 퀸의 위윌락유에는 두 리듬이 모두 나온다.
◇음악은 영장류의 공통 본능?
지금까지 이와 같이 명백한 리듬이 있는 노래는 인간 외에 지빠귀 나이팅게일과 금화조 같은 새에서만 확인됐다. 연구진은 여우원숭이에서 리듬과 함께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처럼 속도를 늦추는 음악적 특성도 확인했다. 암수 모두 같은 리듬을 보였지만 빠르기는 달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인지과학자인 존 아이버슨 교수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는 현장연구의 역작”이라며 “멸종위기의 인드리 여우원숭이가 음악적 리듬의 특징을 가진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인간과 여우원숭이는 7700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각각 진화했다. 논문 제1저자인 데 그레고리오 연구원은 “여우원숭이에서 인간과 같은 음악적 특징이 발견된 것은 선천적인 음악적 특성이 생각보다 더 깊은 영장류 계통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덴마크 아르휘스대의 알렉산드르 셀마-미랄레스 교수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에 “여우원숭이보다 사람과 더 가까운 긴팔원숭이에서도 같은 리듬이 나타나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