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이글거리는 눈빛이 보인다. 마치 악마의 충혈된 눈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우주의 적색거성이 암흑 속에서 빛을 내는 모습이다.
미국 항공우주청(NASA)과 유럽 우주국(ESA)이 공동 운영하는 허블우주망원경센터는 “31일로 다가온 핼러윈 데이를 기념해 올해의 핼러윈 천체사진으로 적색거성의 빛이 성간운을 뚫는 모습을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사진은 한국천문연구원 김효선 박사가 주도한 국제공동 연구진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지구로부터 사자자리 쪽으로 약 40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적색거성 ‘CW 레오니스(IRC+10216)’를 촬영한 사진이다.
적색거성은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갖는 별이 진화해 ‘별의 죽음’의 문턱에서 별 내부의 물질 대부분을 외부 우주공간으로 환원하는 단계에 있는 별이다. 이번에 관측한 CW 레오니스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적색거성 중 하나다.
적색거성이 뿜어내는 강력한 항성풍은 별 주변에 두꺼운 방출물질층을 형성하는데 이 때문에 중심에 파묻힌 별 자체는 오히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보이지 않고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별빛이 주변부와 상호작용하면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번 사진에 나타난 별의 중심부 껍질층은 악마의 노란 눈과 같고, 바깥 껍질층은 악마의 눈을 둘러싼 이글거리는 연기처럼 보인다.
천문연은 “악마의 눈으로 묘사된 별 중심부에서 주변 물질을 뚫고 나오는 빛줄기가 마치 ‘잭오랜턴’ 안의 촛불 빛이 껍질에 뚫린 눈과 입으로 빛줄기가 새어나오는 것과 그 원리가 같다”고 했다. 잭오랜턴은 노란 호박에 귀신 얼굴을 새기고 그 안에 초를 넣어 만드는 핼러윈의 상징 중 하나다.
이번 ‘악마의 눈’ 사진은 지난 2011년과 2016년에 허블우주망원경으로 CW 레오니스를 관측한 결과를 합성한 사진이다. 천문연 김효선 박사팀은 악마의 눈이 충혈된 듯 섬뜩하게 묘사될 수 있었던 원인인 외각 껍질층의 반복되는 고리 구조와 이를 뚫고 나가는 방사형 빛줄기의 과학적 의의에 주목했다. 또한 연구진은 CW 레오니스 중심의 밝기가 매우 짧은 기간 급격히 증가한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는데, 이는 별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방사형 빛줄기가 2016년 관측 시점에 지구에서 바라보는 시선 방향과 거의 나란해졌기 때문일 거라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올해 6월 ‘천체물리학저널’에 게재됐다.
천문연 김효선 박사는 “현재까지 베일에 싸인 적색거성의 복잡한 구조를 밝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