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글래스고대의 스마트 밴드. 상처의 치료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이상 호흡으로 인한 압력 변화와 고열을 감지해 코로나 감염자도 가려낼 수 있다./영 글래스고대

이탈리아 볼로냐대 연구진은 지난달 25일 상처 부위의 습도를 측정하는 스마트 밴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밴드는 피부에 부착된 상태로 상처의 습도를 측정해 무선으로 스마트폰에 전송한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상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밴드가 상처를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치료 상태를 파악하는 진단 기기로 발전하고 있다. 호흡 이상과 고열을 감지해 코로나 감염도 파악할 수 있다. 상처가 심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알아서 약물을 방출하기도 한다. 진단과 치료가 모두 가능한 원격 의료기인 셈이다.

상처 상태 알려주는 스마트 밴드/그래픽=김하경

◇다양한 생체 정보로 상처 상태 감지

상처 부위의 습도가 높으면 욕조에 오래 있을 때처럼 피부가 하얗게 주름이 진다. 반대로 습도가 낮으면 피부가 건조해진다. 둘 다 상처 치료에 좋지 않다. 볼로냐대 연구진은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을 흡수하는 물질 위에 거즈를 대고 그 위에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물질을 인쇄했다. 습도에 따라 전류가 달라지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센서 측정 결과는 교통카드에 쓰이는 쌀알 크기 전자 태그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연구진은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을 모방한 인공 액체로 습도 측정 실험을 했다. 스마트 밴드는 상처의 습도를 정확하게 읽어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첨단 물리학’에 실렸다.

스마트 밴드는 실제 환자에게서 효능을 입증했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림 취 텍 교수 연구진은 지난 5월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상처의 산성도와 온도, 세균 정보까지 감지하는 다기능 스마트 밴드를 발표했다. 병원에서는 상처 부위의 체액을 수집해 분석하는 데 보통 이틀 정도 걸린다. 이번 밴드는 단 15분 만에 측정이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역시 측정 정보는 무선으로 외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싱가포르 연구진은 스마트 밴드를 실제 만성 하지 정맥 궤양 환자의 다리에 부착해 상처 상태를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림 교수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원격의료 능력을 가진 기기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만성 궤양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도 상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터프츠대의 스마트 밴드. 가열장치가 온도를 높이면 밴드 안의 미세 입자가 녹으면서 약물을 방출한다./미 터프츠대

◇코로나 감염자 찾고, 치료제도 방출

당뇨병에 걸리거나 화상을 입으면 만성적인 피부 상처로 고생한다. 질병으로 침대에 누워 지내는 환자는 욕창에 시달린다. 당뇨병성 족부 궤양 환자는 심하면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도 있다.

만성 상처의 악화를 방지하려면 자주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해야 하지만 노인 환자에게는 힘든 일이다. 스마트 밴드는 만성 상처로 고생하는 노인 환자에게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스마트 밴드는 상처를 제때 치료하도록 도와 의료비 지출도 줄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노인의료보험제도의 수혜자의 약 15%가 적어도 1개 이상의 만성 상처나 감염 증상을 갖고 있다. 관련 의료비 지출도 연간 3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지난 3월 ‘국제전기전공학회(IEEE) 사물인터넷 저널’에 상처 부위의 압력과 온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스마트 밴드를 발표했다. 둘 다 상처 치료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연구진은 가로 3㎝, 세로 6㎝ 길이의 밴드에 센서를 장착했다. 측정 정보는 전자 태그로 무선 전송된다.

글래스고대의 스마트 밴드는 코로나 감염자도 찾아낼 수 있다. 코로나 감염자의 대표적 증상이 호흡 이상과 고열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환자를 대신한 마네킹의 가슴에 스마트 밴드를 부착하고 이상 호흡으로 인한 압력 변화와 고열을 감지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스마트 밴드는 상처 상태나 감염 여부를 알려주는 진단 기능을 넘어 치료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진은 지난 2018년 상처의 산성도와 체온을 감지하고 약물을 방출하는 스마트 밴드를 발표했다.

밴드가 상처 상태를 파악해 무선으로 전송하면 의료진이 그에 맞춰 약물 방출 명령을 보낼 수 있다. 3㎜ 두께의 이 밴드에는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가열 장치까지 들어 있다. 상처가 악화되면 가열기가 작동하고 밴드에 들어 있는 미세 입자가 녹으면서 약물을 방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