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 훈련 중인 쥐./아포포

수색·구조견이 폭발물을 감지하거나 재난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주 작은 생명체가 수색견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들어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바로 ‘쥐’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비영리 단체 ‘아포포(APOPO)’는 ‘아프리카 큰 주머니 쥐’를 인명 구조용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16일(현지 시각) 아포포의 프로젝트 담당자 도나 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사람 찾아 구조대원에게 알려

아포포는 지난 8월부터 탄자니아에 사는 아프리카 큰 주머니 쥐를 인명 구조를 돕기 위해 훈련시키고 있다. 킨은 “쥐는 후각이 개만큼 비슷하고 훈련도 가능하다”며 “작은 몸집 덕분에 구조견이 할 수 없는 잔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포포는 쥐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텅 빈 방에 쥐를 풀어놓고 돌아다니게 한다. 그리고 ‘삐’ 소리를 낼 때 출발점으로 돌아오도록 한다. 제대로 돌아오면 먹이를 줘 보상한다. 쥐는 작은 고무공이 달린 배낭을 메고 있다. 쥐가 사람을 발견한 뒤 이 고무공을 잡아 당기면 배낭에서 소리가 난다. 이를 통해 구조대원에게 위치를 알리는 것이다. 실제 재난현장에 훈련된 쥐가 투입된다면 냄새로 사람을 찾아내고 그곳의 위치를 알린 뒤 ‘삐’ 소리가 나면 다시 돌아오게 된다.

아포포는 쥐를 인간과 구조견 팀이 재난 현장을 수색한 뒤에 배치할 계획이다. 먼저 구조견이 잔해 외부를 탐색하고 난 뒤 쥐가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것이다. 킨은 “쥐는 평균 10~20m, 최대 30m를 갈 수 있어 넓은 지역을 수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뢰와 결핵도 찾아내

이미 아포포는 쥐를 지뢰 찾기와 결핵을 검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분쟁지역 8곳에 쥐를 투입해 지뢰를 제거했다. 쥐는 냄새로 폭발물을 발견하면 땅 위를 긁어 사람에게 위치를 알린다. 일반 생쥐보다는 몸집이 크긴 하지만, 가벼워서 지뢰를 밟아도 터지지 않는다. 지뢰를 찾는 속도도 빨라서 30분이면 200㎡의 지역을 훑을 수 있다. 사람이 직접 하려면 4일이 걸린다.

지뢰도 찾는 쥐./아포포

또한 쥐는 결핵 증상이 있는 환자들의 가래 샘플의 냄새를 맡아 결핵 여부도 판단한다. 쥐 한 마리는 20분 안에 100개의 샘플을 검사할 수 있으며, 이는 사람이 하면 4일이 걸리는 분량이다. 아포포는 결핵 발견 확률을 40%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