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발사된 누리호의 실패 원인이 설계 오류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예정됐던 2차 발사 일정도 하반기쯤으로 미뤄지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 연구원은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통해 누리호 1차 발사 시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비행 중 획득한 2600여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리호 비행과정 중 발생한 이상 현상을 찾아내고 그러한 현상을 유발시킨 원인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 놓지 못한 것은 3단 산화제탱크의 압력이 저하돼 엔진이 조기에 종료됐기 때문이었다. 조사위는 5차례의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 발표했다.
◇비행 중 부력 증가 고려 못한 설계
조사위에 따르면, 누리호의 3단 산화제탱크 내부에 장착된 헬륨탱크의 고정장치 설계시 비행 중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료를 태울 산화제를 주입시켜야한다. 산화제가 줄어들면 탱크 안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압력을 높여줄 헬륨탱크가 필요하다. 산화제 탱크 안에 아랫 부분에 두 개의 헬륨탱크가 장착돼 있다. 액체 안의 물체는 위로 떠오르는 부력을 받는데, 이를 막기 위해 헬륨탱크를 고정장치로 묶어놨다.
하지만 실제 비행 시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해 고정장치가 풀리며 헬륨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됐다. 발사체가 비행하면서 최대 중력의 4.3배가 되는 가속도가 발생한다. 부력은 가속도에 비례해 크기가 커진다. 항우연은 지상에서 중력에 대한 부력만 고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 중 커진 부력에 헬륨탱크 고정장치가 이를 이기지 못해 헬륨탱크가 이탈한 것이다.
1단이 분리 되기 전부터 비행 과정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비행 후 36초에 진동이 감지됐고, 헬륨탱크 고정이 풀리면서 배관이 뒤틀리고 헬륨이 새기 시작했다. 이탈한 헬륨탱크가 산화제 탱크 위로 떠올라 돌아다니면서 산화제탱크에 균열을 발생시켰다. 이 때문에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의 양이 감소하면서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됐다.
◇내년 하반기로 일정 연기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원인을 기반으로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을 위한 세부 조치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추진일정을 확정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적 보완은 헬륨탱크 고정부와 산화제탱크의 구조를 강화하는 것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5월로 예정된 2차 발사는 하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국장은 “5월은 조금 어렵다”라며 “하반기 중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부적으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