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노란색)의 전자현미경 사진. 오미크론 변이는 항체는 피해도 감염세포를 제거하는 T세포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호주 멜버른대 도허티 연구소

오미크론이 이전 코로나 변이보다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났지만 인체 면역력의 한 축인 T세포를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돼도 대부분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도 T세포가 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호주 멜버른대와 홍콩과기대 공동 연구진은 “T세포가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데 여전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에 밝혔다.

◇T세포 공격대상은 돌연변이 미미

오미크론 변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에 결합할 때 쓰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이전 델타 변이보다 두 배나 많이 돌연변이가 생겼다. 이로 인해 백신 접종이나 이전 감염으로 생긴 항체의 예방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항체는 스파이크에 달라붙어 인체 감염을 막는다. 실제로 백신 접종자의 돌파감염이나 완치자의 재감염 사례가 계속 나왔다.

연구진은 항체 대신 인체 면역의 또 다른 축인 T세포가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있는지 조사했다. T세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거나 다른 면역세포의 기능을 도와 감염자가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한다.

연구진이 T세포가 인지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 1500여 가지를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가 T세포를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멜버른대의 매튜 맥케이 교수는 “오미크론이 항체를 피할 수 있어도 T세포 반응은 여전히 방어력을 제공해 중증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 T세포(파란색).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도 제거한다./슬로언케터링암센터

백신 접종이나 자연면역으로 유도되는 T세포는 항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도 감지한다. 오미크론 변이는 T세포가 감지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20%가 돌연변이를 보였다. 그렇다고 오미크론이 T세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홍콩과기대의 아흐메드 압둘 콰디르 교수는 “T세포의 공략 대상 중 돌연변이가 일어난 단백질들도 추가 분석에서 절반 이상이 여전히 T세포에게 감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오미크론이 T세포 방어를 피할 가능성이 더 줄어든다”고 밝혔다.

또 T세포가 감지하는 비(非)스파이크 단백질은 97%가 오미크론 변이에서도 돌연변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멜버른대의 맥케이 교수는 “이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오미크론 변이가 T세포를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