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테니스장 크기의 차양막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에 망원경을 설치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계를 넘어서 최종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원격 조종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서 연 모양의 태양광 차단막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나사는 이번 주말까지 우주망원경의 반사거울을 완전히 펼칠 계획이다.
◇망원경 극저온 유지하는 핵심장치
나사는 한국 시각으로 5일 1시 58분에 차단막을 완전히 펼쳤다. 나사의 제임스 웹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렉 로빈슨은 “태양광 차단막을 우주에서 펼친 것은 놀라운 성과이며 임무 성공에 결정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
차양막은 가로세로가 14.2m, 21.2m로 테니스장 크기와 비슷하다. 플라스틱 재질의 막이 5겹으로 쌓인 형태이다. 각각 두께는 사람 머리카락 정도에 불과하다. 태양에너지와 지구, 달에서 반사되는 햇빛을 차단해 우주망원경을 섭씨 영하 230도 온도로 유지할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유럽의 아리안 로켓에 실려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발사됐다. 웹은 지난 31년 동안 가동된 허블 우주망원경과 마찬가지로 우주 연구가 목적이지만 최신 기술로 이전보다 더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은 빛의 영역 중 적외선을 포착한다.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는 허블 망원경보다 넓은 영역을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대폭발)으로 시작됐다. 나사는 제임스 웹이 135억년 전 초기 우주에서 탄생한 별에서 나온 빛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말까지 주반사거울 완전 전개
제임스 웹 연구·개발에는 25년간 100억 달러(약 11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나사와 유럽우주국(ESA),캐나다가 공동 개발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핵심은 금빛 반사 거울 18개로 이뤄진 주반사거울이다. 금을 코팅한 베릴륨으로 만든 육각형 모양의 반사거울을 연결해 벌집 형태로 만들었다.
나사는 다음 단계로 반사거울 전개를 준비하고 있다. 반사거울도 차단막과 마찬가지로 로켓 맨 꼭대기에 접힌 채로 발사됐다. 이번 주 안으로 폭 74㎝인 보조거울이 주반사거울 앞으로 뻗은 8m 길이 지지대 끝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주반사거울은 가장자리 부분을 날개처럼 접어 로켓에 실렸다. 이 부분을 90도 회전시켜야 6.5m 폭의 표면이 완성된다. 이 과정은 주말쯤 이뤄질 전망이다.
제임스 웹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먼 곳에 배치된다. 허블은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지만 제임스 웹은 한 달 동안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지구와 달 사이(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다.
이곳은 이른바 ‘라그랑주 L2′ 지점으로 태양·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중력)과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밖으로 벗어나려는 힘(원심력)이 서로 상쇄돼 중력이 미치지 않는다. 힘이 균형을 이뤄 빛의 왜곡이 없다. 특히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져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