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가 어항 벽에 붙어 밖을 보고 있다. 컴퓨터는 카메라로 금붕어의 이런 동작을 감지하고 그 방향으로 바퀴를 움직였다. 결국 금붕어가 스스로 어항을 주행시킨 것이다./이스라엘 벤구리온대

머리가 나쁜 사람을 흔히 금붕어에 비유한다. 기억력이 3초 동안만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제 그런 비유는 피해야 할 것 같다. 금붕어가 자신이 담겨 있는 어항을 자유자재로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을 갖췄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의 로넨 세게브 교수 연구진은 지난 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행동 뇌 연구’에 “금붕어가 바퀴 달린 어항을 주행하는 방법을 배워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금붕어가 물은 물론, 땅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붕어의 움직임에 맞춰 어항을 움직이는 실험. 금붕어는 이 방법으로 목표지점까지 어항을 이동시켜 먹이를 얻을 수 있었다./이스라엘 벤구리온대

◇금붕어 움직임 따라 어항 바퀴 이동

연구진은 금붕어 6마리를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이틀 간격으로 세 번 어항 주행 실험을 했다. 어항은 바퀴가 달린 운행 장치 위에 설치했다. 말하자면 금붕어가 물이 담긴 자동차에 탄 것과 같다. 그리고 수직 막대에 매단 카메라로 어항을 내려다보면서 금붕어의 위치를 파악했다.

컴퓨터는 카메라 영상에서 금붕어가 벽에 붙어 바깥을 향하고 있으면 어항이 그쪽으로 이동하도록 바퀴를 작동시켰다. 금붕어가 안쪽으로 움직이거나 벽에서 멀리 떨어져 밖을 보면 바퀴가 움직이지 않았다. 금붕어가 이 방법으로 어항을 분홍색 네모 표시가 있는 벽까지 이동시키면 먹이를 줬다.

실험 도중 레이저 반사파로 물체까지 거리를 감지하는 라이다 장치로 수조가 벽에 20㎝ 이내로 접근하면 안전을 위해 바퀴를 정지시켰다.

훈련 결과 금붕어들은 30분 실험 동안 최소 15번 목표지점까지 어항을 이동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목표 지점이 바뀌거나 목표 지점이 다른 색으로 표시돼도 금붕어의 운행 능력은 마찬가지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은 금붕어의 공간 개념이나 주행 능력은 태어난 환경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금붕어가 자신들이 진화한 곳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복잡한 과제를 배울 수 있을 정도의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고 밝혔다.

바퀴 달린 주행 장치 위에 어항을 두고 위에서 카메라로 금붕어의 움직임을 감지한다(A, B). 금붕어는 훈련을 통해 스스로 어항을 벽에 붙은 분홍색 표시까지 이동시켜 먹이를 얻었다(C). 금붕어가 벽에 달라붙어 바깥을 향하면 바퀴가 그쪽으로 움직이지만(D), 벽에서 떨어져 있거나 안쪽으로 움직이면 움직이지 않았다(E)./Behavioural Brain Research

◇육지동물의 잠수함 주행도 실험 계획

연구진은 앞으로 금붕어가 보다 자연스럽고 복잡한 야외 환경에서 마찬가지로 어항을 움직일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또 이번 실험과 정반대로 물 밖 환경에 놓인 물고기처럼 쥐와 같은 육지동물이 잠수함과 같은 장치에 들어가 물속에서 이동할 수 있는지도 알아볼 계획이다.

참고로 금붕어의 기억력이 3초에 그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캐나다 연구진이 금붕어와 비슷한 관상용 민물고기로 먹이 훈련을 시킨 결과 기억력이 적어도 12일은 지속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