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음식에서 발견되던 곰팡이가 식품 생산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가축 대신 곰팡이로 유제품이나 육류 생산이 가능해졌다. 특히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움직임에 곰팡이를 이용한 푸드 테크(food tech·첨단 식품 기술)가 주목받고 있다. 곰팡이를 이용하면 가축을 키워 식품을 만드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축산업과 달리 땅과 물도 거의 필요 없다. 국내외 기업들이 곰팡이 푸드 테크 개발에 뛰어들면서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달걀흰자·유제품 대체할 단백질 생산
핀란드 VTT 기술 연구소는 헬싱키대와 함께 곰팡이 ‘트리코더마 레세이’를 이용해 달걀흰자를 생산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트리코더마 레세이는 옷에 있는 섬유소를 분해하는 곰팡이의 한 종류다.
먼저 연구진은 달걀흰자 단백질의 54%를 차지하는 ‘오브알부민’의 유전자를 해석했다. 이 유전자를 곰팡이에 삽입해 배양하면, 달걀과 같은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곰팡이 배양액에서 오브알부민을 분리해 농축, 건조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을 만들었다.
2020년 전 세계 달걀 소비량은 160만톤으로 앞으로 그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달걀을 얻으려면 닭을 키울 공간을 얻기 위해 자연이 훼손된다. 좁은 공간에서 닭을 집단 사육하면 인수 공통 전염병이 출현할 수도 있다.
곰팡이로 만든 식품은 기존 식품보다 훨씬 환경에 이롭다. 연구진은 “곰팡이 배양법은 기존 닭을 통해 생산하는 달걀보다 온실가스를 31~55% 감축했다”고 밝혔다. 토지 사용도 90% 줄일 수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도 친환경적인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곰팡이를 이용한 유제품이 잇따라 나왔다. 미국 스타트업 퍼펙트 데이는 곰팡이 트리코더마 레세이를 이용해 우유 단백질을 만들었다. 우유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 곰팡이에 넣어 배양한 뒤, 단백질을 정제하는 방식이다. 퍼펙트 데이는 곰팡이 기반 우유 단백질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고, 크림치즈도 곧 선보일 계획이다. 아이스크림을 맛본 한 작가는 “부드러움에 놀랐고 실제 아이스크림과 똑같은 맛이다”라고 미국 CNBC에 말했다. 미국 뉴컬처와 독일 포르모도 같은 발효 공법으로 만든 치즈를 개발 중이다.
퍼펙트 데이는 “곰팡이 유제품은 기존 유제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85~97% 적다”며 “비인도적인 가축 사육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낙농업은 젖소가 우유를 생산하도록 임신과 수유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대체 단백질 시장 2030년엔 346조
곰팡이를 이용해서 고기도 만들 수 있다. 미국 네이처스 파인드는 ‘푸사리움 균주 플라보라피스’라는 곰팡이를 배양해 단백질을 생산한다.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 고품질의 단백질이다. 네이처스 파인드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곰팡이 기반 단백질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네이처스 파인드는 곰팡이 기반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 패티와 크림 치즈를 만들었다. 곰팡이 기반 제품은 기존 소고기보다 토지는 99%, 물은 87%를 적게 사용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네이처스 파인드는 “동물과 식물을 키우는 데 몇 년이 걸리고 많은 양의 토지와 물,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미생물은 몇 시간 만에 두 배로 자라고 1년 365일 24시간 동안 성장한다”고 밝혔다.
곰팡이로 만든 단백질과 같은 대체 단백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체 단백질은 식물 추출이나 동물세포 배양, 미생물 발효 방식으로 인공적으로 단백질을 만들어 맛과 식감을 구현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35년 전체 단백질 식품 시장의 11%인 2900억달러(약 34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 단백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와 금액도 늘어나면서 2020년 역대 최고치인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