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이질균 이미지./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병원체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전 세계에서 한 해 500만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한 해 코로나 희생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이며 에이즈나 말라리아 사망자보다도 많다.

미국 워싱턴대 모흐센 나그하비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19년 전 세계에서 127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부분적으로 사망에 일조한 것까지 합하면 항생제 내성균 희생자는 495만명까지 늘어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전 세계 내성균 희생자 처음 조사

연구진은 2019년 전 세계 204국에서 23종의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4억7100만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지금까지 일부 국가나 지역, 또는 일부 항생제 내성균에 대해 피해 조사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전 세계에서 다양한 내성균을 대상으로 사망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료정보가 부족한 지역은 인근 국가 정보로 추산했다.

이번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 감염은 2019년 전 세계 사망 원인으로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이어 3위가 된다. 병원체로는 단연 1위이다. 보수적으로 따져도 직접 사망자 127만명은 2019년 에이즈 사망자 86만명이나 말라리아 사망자 64만명을 압도한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550만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항생제 내성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망자 수를 2년에 대입히면 그 두 배에 가깝다.

항생제 내성균 피해는 저개발국가에 집중됐다. 2019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인구 10만명 당 24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목숨을 잃었다. 동남아시아는 10만명 당 22명이었다. 선진국은 13명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피해가 컸다. 항생제 내성균 사망자 5명 중 1명은 5세 미만 아동이었다.

배양접시 가운데 있는 곰팡이는 항생물질을 분비해 황색포도상구균을 죽인다. 오른쪽이 박테리아가 죽어 깨끗해진 부분이다. 왼쪽은 항생제 내성균이 항생물질에도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영 케임브리지대

◇”코로나처럼 국제 협력으로 대응해야”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대응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나그하비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선진국은 항생제 처방을 줄이고 대신 감염병 백신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며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도 줄여야 하며 병원 위생을 철저히 하고 내성균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항생제가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내성균이 야생동물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가축에게 항생제를 남용하면 야생동물과 접촉하면서 자연의 내성균이 인간 사회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항생제 내성균은 인간과 가축, 환경을 하나로 묶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민간 연구지원기관인 웰컴트러스트의 항생제 내성균 책임자인 팀 진크스 박사는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코로나 대유행은 전 세계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알려줬다”며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항생제 내성균에 대해서도 사태의 긴급성을 각인하고 전 세계적인 연대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