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연구진이 실내에서 휴대폰의 전파 특성을 분석해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촉한 사람을 10분 내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Pixabay

실내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10분 안에 가려내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의 이택진 박사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파의 특성만으로 실내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99.8% 정확도로 찾아내는 ‘디지털 접촉자 관리 시스템(Contact Tracing System, CTS)’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개인이 CTS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휴대폰이 실내 곳곳에 설치된 무선 송신기인 비컨과 전파 신호를 주고받는다. 전파 신호는 공간에 따라 마치 지문(指紋)처럼 서로 다른 형태를 보인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이 전파 지문이 비슷하게 나와 구별할 수 있다.

이택진 박사는 한국과학기자협회의 온라인 세미나에서 “확진자 옆에 있어도 둘 사이에 벽이 있다면 전파 특성이 달라져 구별할 수 있다”며 “실제로 감염 위험이 있는 밀접촉자만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즉 확진자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었는지로 접촉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모의 확진자가 KIST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는 실험에서 실제 접촉자의 99.8%를 찾아내는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비컨은 개당 3만원 정도이고 실내 어디라도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작동된다. 이택진 박사는 “밀접촉 정보는 방역 당국은 물론 당사자에게도 바로 통보돼 일반 국민이 능동적으로 방역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 코로나 접촉자 관리 시스템 CTS 앱 화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 방역당국은 물론 당사자의 휴대폰에도 바로 통보(오른쪽)된다./KIST

현재 방역 당국은 QR코드 등 각종 디지털 정보로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해 접촉자를 가려낸다. 하지만 실내에서는 위성위치정보(GPS) 신호를 수신하기 어렵고, 방범카메라(CCTV) 영상은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백화점처럼 큰 공간은 QR 코드만으로는 밀접 접촉자를 가려내기 힘들고 개인 정보 유출의 우려도 있다. 연구진은 이번 시스템은 개인 정보와 전파 데이터를 분리해 별도의 서버에서 관리함으로써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20일부터 배드민턴 코리아리그 경기장에 CTS를 도입했다. 이달 중 KIST 전체 건물에서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며, 현대자동차 양재사옥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