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엘렉트라 공주는 남동생과 여동생을 하나씩 뒀다. 우주에 있는 소행성(小行星) 엘렉트라는 동생이 3명으로 늘어났다.
태국 국립천문연구원의 앤서니 버듀 박사 연구진은 “칠레에 있는 초거대망원경(VLT)로 소행성 130 엘렉트라의 세 번째 위성을 처음으로 관측했다”고 지난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태양계에서 소행성이 위성 3개를 거느린 것은 이번에 처음 관측됐다.
소행성은 혜성(彗星)과 마찬가지로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이지만, 혜성과 달리 꼬리가 없다. 소행성 130 엘렉트라는 1873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처음 발견됐다. 길이가 199㎞인 직사각형 모양으로 태양을 5년 주기로 공전한다.
소행성 130 엘렉트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케네의 공주 이름을 땄다. 엘렉트라는 남동생과 힘을 합쳐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정부를 죽인다. 이후 딸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갖고 어머니를 경쟁자로 여기는 경향을 가리켜 엘렉트라 컴플렉스라고 부른다. 아들이 아버지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정반대이다.
엘렉트라의 동생 격인 위성은 2003년 처음 발견됐다. 이후 2014년 두 번째 위성이 포착됐다. 소행성이 위성을 갖고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150여개의 소행성이 한두개의 위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은 9월 말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다트(DART)’ 우주선을 디모르포스 소행성에 정면 충돌시켜 궤도를 바꿀 예정이다. 이 소행성은 디디모스 소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이다.
엘렉트라의 세 번째 위성은 크기가 1.6㎞로 앞서 두 위성의 크기 2~6㎞보다는 작다. 세 번째 위성은 엘렉트라에서 354㎞ 떨어져 16시간 간격으로 공전한다. 두 번째 위성을 발견했던 유럽남방천문대의 빈 양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추가 관측을 통해 확증돼야 하지만 매우 놀라운 결과”라고 밝혔다. 아일랜드 벨파스트 퀸스대의 앨런 피츠시몬스 교수는 “위성은 엘렉트라가 다른 천체와 충돌하면서 나온 일부분으로 보인다”며 “위성들은 모두 같은 물질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