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위성이 포착한 미국의 메탄 누출 현장. 노란색 띠가 유전 시설에서 누출되는 메탄이다./Science

2019년 인공위성이 미국을 찍은 영상에서 거대한 노란 띠<사진>가 나타났다. 바로 석유 시설에서 누출되는 메탄이다. 인공위성이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누출되는 현장을 포착했다. 과학자들은 석유 시설에서 인위적으로 누출되는 메탄만 막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

프랑스 파리대 기후환경연구소의 토마스 라보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공위성 관측 결과 투르크메니스탄과 러시아, 미국 3국이 전 세계 메탄 누출의 12%를 차지하는 초방출국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탄소 원자 하나와 수소 네 개가 결합한 분자인 메탄은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메탄은 방출량이 이산화탄소의 2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온난화 효과는 그보다 훨씬 강하다. 2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많은 열을 붙잡아 온난화를 유발한다. 100년으로 치면 25배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기온 상승의 30~50%는 메탄 때문이다.

연구진은 2019~2020년 유럽의 센티넬 위성이 찍은 영상을 분석해 전 세계 메탄 누출 상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매달 전 세계에서 150여 개의 메탄 누출 띠가 관측됐다. 이 중 길이가 수백㎞에 이르는 것도 있었다. 국가별로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이 기간 100만톤 이상의 메탄을 누출해 1위에 올랐으며, 러시아가 100만톤에 약간 못 미쳐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미국, 이란, 알제리, 카자흐스탄 순이었다.

메탄은 논이나 매립지, 가축에서 자연 방출되지만 유전이나 가스관 정비 작업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누출되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인위적 누출만 분석했다. 그동안 위성이 미국 오하이오주의 유전이나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관에서 메탄이 누출되는 현장을 포착하기도 했지만 지구 전체의 누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2019~2020년 전 세계 메탄 누출 현황. 파란색은 가스관 연결망이며 작은 주황색 점은 시간당 10톤 방출, 큰 점은 500톤 방출 지역이다./Science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가 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메탄 방출을 2020년보다 30% 감축하기로 했다. 미국 듀크대의 드류 신델 교수는 “이번 결과는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우주에서도 관측되는 엄청난 양의 메탄 누출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유전이나 가스관에서 누출되는 메탄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혜택은 엄청나다. 전 세계에서 인위적인 메탄 누출을 막으면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0.002~0.005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는 호주가 2005년 이래 대기에 방출한 온실가스나 연간 2000만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메탄을 버리지 않고 팔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도 크다. 메탄 누출을 막으면 투르크메니스탄은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아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러시아와 미국도 각각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 혜택을 볼 수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구름이 끼어 있거나 중국과 캐나다처럼 고도가 높은 곳에 있는 시설에서 누출되는 메탄은 조사하지 못했다. 또 지상만 분석하고 해상 시설은 배제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5년간 메탄 누출 조사에 더 많은 위성을 동원해 개별 유전이나 가스 시설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폴 팔머 교수는 BBC방송에 “앞으로 유전이나 가스 산업이 모르고 실수로 메탄을 누출했다고 주장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