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자기 폭풍으로 지난 2월 발사한 위성의 80%를 잃어버리게 됐다. 다행히 추락하는 위성이 지구에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스페이스X는 “지난 3일 오후 1시13분(한국 시각 4일 오전 3시13분) 플로리다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 49개 중 40개가 4일 발생한 지자기 폭풍으로 정해진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추락했거나 추락하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
◇태양풍이 대기 저항 50% 높여
지자기 폭풍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우주입자인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과 충돌하면서 발생한다. 스페이스X는 지자기 폭풍이 대기의 밀도를 높였고 이때 생긴 저항력 때문에 위성이 정해진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발사시 예상한 것보다 대기 저항이 50%는 더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2020년대 중반까지 저궤도 소형위성 1만2000기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스타링크 위성은 지구 상공 210㎞의 저궤도를 돈다. 이 궤도는 다른 통신위성보다 훨씬 고도가 낮다. 덕분에 통신 속도가 빠르고 인터넷 신호 손실도 적다. 스페이스X는 현재까지 2000여 위성을 발사했고, 북미 등 14개 나라에서 위성 인터넷 베타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궤도를 이탈한 위성은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바로 분해되도록 설계돼 우주 궤도에 잔해를 남기지 않고 지구에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위성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미 불타버렸고 나머지 위성들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위성, 밤하늘 관측에 피해
추락하는 위성이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스타링크 위성은 민폐를 주고 있다. 스페이스X의 우주인터넷 사업은 천문학자들에게 큰 우려를 낳았다. 지구 저궤도에 수만기의 위성이 배치되면 반사광 때문에 밤하늘을 관측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천문학계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6월 22일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영식 선임연구원이 헤르쿨레스 별자리에 있는 구상성단(球狀星團) M13을 관측하다가 스타링크 위성이 천체관측을 방해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구성성단을 찍은 영상에 군집 위성들이 지나가면서 남긴 선들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스페이스X는 천문학계의 반발에 검은 도료를 칠해 빛 반사를 줄인 ‘다크샛(DarkSat)’과 반사방지 패널이 장착된 ‘바이저샛(VisorSat)’을 개발해 시험 발사했다. 박영식 선임연구원은 “스페이스X가 대책 마련을 하고 있지만 이미 발사된 위성들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여전히 지상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관측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링크 위성이 다른 우주물체와 충돌할 위험도 있다. 유럽우주국(ESA) 요제프 아슈바허 국장은 지난해 12월 스페이스X의 인터넷 위성 집단이 다른 나라의 위성 발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중국은 자국 우주정거장이 스타링크 위성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을 한 후 미국이 국제 협정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