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고조되자 민간 엔지니어들도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총대신 IT(정보기술) 지식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는 “우크라이나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정찰용 드론(무인 비행체)을 개발해 러시아군 감시에 나섰다”고 11일(현지 시각) 전했다.
◇2014년 돈바스 전쟁 때 설립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IT 분야의 대학 교수와 학생, 취미로 전자기기를 다루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단체인 ‘아에로로즈비드카(Aerorozvidka)’는 수제 드론과 동작 감지 카메라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러시아군의 집결과 공격 징후를 정찰하고 있다. 드론이 수집한 정보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입력돼 우크라이나 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단체의 이름은 러시아어로 ‘공중 수색정찰’이란 뜻을 갖고 있다. 2014년 4월 우크라이나 동쪽의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의 전쟁이 벌어지자 기술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창립됐다. 당시 아에로로즈비드카 회원들은 드론을 원격 조종해 적군에 수제 폭탄을 투하하기도 했다.
아에로로즈비드카의 대변인은 뉴사이언티스트에 “우리의 주요 목표는 군에 정교한 현대 기술을 제공해 전쟁을 원격 수행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무장한 형제 대신 기계를 희생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에로로즈비드카는 처음에는 기성 제품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구매한 부품으로 수평 회전 날개 8개를 갖춘 드론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드론은 이전보다 화물 탑재 능력이 향상돼 더 큰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이 단체는 민간 감시 위성을 운용할 시간도 구매했다. 또 국경지대에 감시 카메라망도 운영하고 있다. 아에로로즈비드카는 “감시 카메라는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받기 일쑤여서 계속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IT 전문지식 활용해 감시망 구축
아에로로즈비드카는 자신들의 전문적인 지식이 우크라이나의 정보력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전공 분야를 활용해 러시아군 감시에 참여하고 있다.
아에로로즈비드카의 감시 카메라는 어떤 동작이 포착되면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50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 보안업체에 다니는 한 회원이 동작 감지 카메라를 제공했다. 이 회원은 뉴사이언티스트에 “카메라는 동작을 자동으로 감지해 사람이나 물체가 사용자가 정한 선을 넘으면 경보를 울린다”며 “이 장비들은 군사 작전에서도 쓸 수 있으며 우리 군인들이 직접적 위험에서 벗어나 적군을 원격 감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한 회원은 ‘델타’라는 이름의 맞춤형 상황 경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드론이나 감시 카메라, 위성 영상 정보를 수집해 군 지휘관들에게 필요한 인터랙티브(interactive·쌍방향) 지도를 제공한다. 이미 나토군의 군사훈련과 우크라이나군의 실제 전투에 활용됐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아에로로즈비트카에 대한 문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뉴사이언티스트는 밝혔다.
아에로로즈비드카는 그동안 많은 희생을 치렀다. 창립 회원 한 명이 지뢰에 목숨을 잃는 등 회원 두 명이 적군의 반격에 희생됐다. 이미 러시아군에 드론 몇 대가 격추됐으며 해킹과 전자전 공격도 수시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은 적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주 장소를 옮기며 국경 정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