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없는 껌으로 조산(早産) 위험을 4분의 1이나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구강 건강이 나쁜 곳에서 미숙아 출산율이 높다는 데 착안한 연구이다.
미국 베일러 의대의 주디 레비슨 교수 연구진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임신 여성들에게 자일리톨 껌을 씹도록 했더니 조산으로 인한 미숙아 출산이 24% 감소했다”고 최근 열린 모체태아의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조산은 임신 20주 이후부터 37주 이전에 이뤄지는 분만을 말한다. 예정일보다 3주 이상 일찍 분만하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말라위는 조산율이 18.1%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베일러 의대 연구진이 2020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말라위 수도인 릴롱궤의 조산율은 19.3%에 이른다.
이번 연구에서 자일리톨 껌을 씹은 임신 여성 4349명 중 12.6%인 549명이 37주 이전에 아기를 출산했다. 반면 자일리톨 껌을 씹지 않은 임신 여성은 5321명 중 16.5%인 878명이 미숙아를 출산했다. 자일리톨 껌이 조산을 24% 줄인 것이다.
자일리톨 껌은 충치균이 소화하지 못하는 당분인 자일리톨이 들어가 있어 구강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앞서 베일러 의대 연구진은 말라위에서 임신이나 출산을 한 여성 중 70%가 충치나 잇몸 질환을 갖고 있음을 알아냈다. 결국 이번 결과는 임신 여성이 자일리톨 껌을 통해 구강 건강이 개선되면서 조산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전부터 치주 질환과 조산과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입에 사는 미생물은 장내 미생물 다음으로 종류와 양이 많다. 구강 건강이 나빠지면 몸에 이로운 미생물이 줄고 염증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늘어난다. 염증을 유발한 미생물은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옮겨갈 수 있다. 태반도 마찬가지다. 충치나 잇몸질환이 태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의대의 킴 보기스 교수는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 인터뷰에서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며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매우 복잡한 문제를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한 기술로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보기스 교수는 다른 곳에서도 같은 방법이 통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구강 건강이 어떻게 조산을 줄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강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산으로 태어난 미숙아와 자일리톨 덕분에 예정일에 맞춰 태어난 아기들의 신경발달 과정도 추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