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주 기업 아스트라 스페이스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창업 6년 만의 첫 상업용 발사체 ‘로켓3.3′ 발사에 실패했다. 로켓은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 4기를 싣고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발사됐지만 추락했다. 이날 나스닥에서 아스트라 주가는 26% 폭락했다. 지난해 7월 상장 이후 15.47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 14일 3.2달러로 무려 79% 떨어졌다.
아스트라는 스페이스X·블루오리진이 민간 우주 시대를 열어젖히면서 일어난 우주 투자 열풍을 타고 상장한 기업 중 하나다. 상장 절차가 간단한 스팩(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 5억달러(약 6000억원)를 조달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아스트라의 발사 실패는 소규모 우주 기업들에 우주 개발이 어려운 도전이란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들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면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소규모 우주 기업들에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아스트라처럼 스팩으로 증시에 우후죽순 상장한 기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줄줄이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업계에서는 기술이 입증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거품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우주 기업들, 1년 새 주가 80% 이상 폭락
미 증시에서는 지난해 우주 기업 약 10곳이 제2의 ‘스페이스X’를 꿈꾸며 스팩을 통해 잇따라 상장했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기업들에 빠르고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 러시 이후 이 회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폭락했다. 최근 1년 새 주가가 80% 이상 폭락한 곳이 다수다. 지난해 8월 나스닥에 상장한 미 위성 기업 스파이어 글로벌은 주가가 한때 19달러까지 올랐지만 14일 3.04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8월 상장하면서 10달러대로 출발한 미 우주 수송 기업 모멘터스의 주가도 현재 3달러로 주저앉았다. 2019년 상장한 버진 갤럭틱도 올해 들어서만 40% 가까이 하락했다.
상장 우주 기업들의 주가 추락은 수익 모델이 없거나 그 모델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주산업은 현재보다는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곳이다. 2004년 설립된 버진 갤럭틱은 준궤도 비행을 2008년에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우주여행에 성공한 것은 그보다 13년 뒤인 2021년이다. 발사체 기업들도 시험 발사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신뢰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NASA의 브래들리 스미스 발사 서비스 국장은 “(우주) 기업이 출시까지 12개월이 남았다고 말하면 보통 2년 반 후에 출시된다”고 말했다.
◇우주 기업들 대부분 적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처럼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만든 기업도 아직 없다. 스페이스X는 NASA, 록히드 마틴 등과 수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발사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우주여행에 성공한 버진 갤럭틱조차도 회의적인 시선에 직면하고 있다. “티켓 가격이 45만달러인데 10여 분 여행에 이 큰돈을 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상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2020년 버진 갤럭틱 매출은 23만8000달러, 영업손실은 2억73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우주 기업들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 모멘터스는 올해 특별한 개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올해 매출 추정치는 500만달러(약 60억원)에 불과하다. 2020년 5500만달러(약 66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로켓랩도 지난해 8월 상장엔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최소 수년간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 기술 버블과 같은 위험이 있을 것으로 경고한다”며 “스팩은 높은 수익을 줄 수 있지만 위험도 크다”고 했다.
☞스팩(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
비상장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설립한 서류상 회사다.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상장한 뒤 정해둔 기한 안에 비상장 우량 기업을 인수·합병한다. 일반적인 기업공개(IPO)에 비해 상장 절차가 짧고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