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입자가 인체의 점액으로 덮이면 더 멀리 퍼지고 감염력도 오래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대부분 물인 커다란 비말(침방울)이 나오지만 호흡기 벽에 있는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이뤄진 작은 입자들도 있다.
미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 연구소의 레너드 피스 박사 연구진은 “허파에서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가 점액으로 덮이면 수분을 30분까지 유지하고 최대 60m를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모의실험에서 확인했다”고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국제 열과 물질 전달 커뮤니케이션’에 밝혔다.
코로나 감염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감염자가 방출한 비말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직접 들어가거나, 표면에 묻은 비말을 만져 간접적으로 감염된다. 비말은 대부분 2m 이내에 떨어진다. 비말은 크기가 5마이크로미터(0.005㎜)보다 크다.
두 번째는 비말보다 작은 에어로졸(공기 중 입자)이다. 에어로졸은 연기나 안개처럼 기체 중에 고체 또는 액체의 미립자가 부유하고 있는 입자를 총칭한다. 에어로졸은 과거 MIT 연구진 실험에서 7~8m씩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벼워 공기 중에 더 오래 머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에어로졸은 수분이 금방 말라 감염력이 감소한다. 지난달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존재하면 습도 50% 미만의 환경에서 감염력이 5초 이내에 절반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피스 박사 연구진은 점액에 둘러싸인 작은 입자라는 세 번째 감염 경로를 제시했다. 점성이 높은 점액은 기도 표면의 세포에서 분비된다. 허파에서 나온 바이러스 입자가 이 점액과 만나면 수분을 유지하는 코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피스 박사는 “바이러스 입자가 수분을 유지하면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도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제 관측 결과와 부합한다”며 “감염자가 있는 곳에서 떨어져 있어도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있거나 감염자가 나간 지 몇 분 뒤에 방에 들어갔지만 감염됐다는 보고들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 연구원의 캐롤린 번스 박사는 점액으로 코팅된 바이러스 입자가 나오면 건물 전체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진은 유사 바이러스 입자에 소의 점액, 갈조류의 알긴산 나트륨을 입혀 실험했다. 알긴산 나트륨은 식품의 점성을 높이는 데 쓰인다.
실험 결과 에어로졸 입자가 방출되면 20~45분뒤 옆 방에서 에어로졸 수치가 증가했다. 공조 시스템 탓에 점액으로 코팅된 바이러스 입자가 건물 전체로 퍼진다는 말이다. 이 실험 결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실내 공기’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공기흐름이 원활하면 대형 회의실이나 학교 강당에는 유리하지만 일반 사무실이나 교실처럼 작은 공간은 오히려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가 퍼지는 새로운 경로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방역이 필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