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군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코로나 예방을 위한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진자가 나온 곳은 소독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런데 소독제와 살균제가 호흡기로 유입될 경우 치명적인 폐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원인 물질 중 하나로 꼽혔던 염화벤잘코늄(BKC)이 여러 소독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는 박은정 의과대 교수팀의 이같은 연구 내용이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독성학과 응용약물학(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고 1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4가 암모늄계열 성분’인 염화벤잘코늄에 집중했다. 염화벤잘코늄은 손소독제·세정제·방부제·보존제·바닥청소제 등 다양한 살균·소독용 생활용품에 사용된다.

연구진은 동물이 생존하는 농도에서 반복 노출될 때의 위험과 독성이 발현되는 원리를 살폈다. 14일간 0.005%와 0.01%의 염화벤잘코늄을 암컷 쥐에 2일 간격으로 5회 노출시켰다. 생존에는 영향이 없었다. 28일 동안 0.01%, 0.001%, 0.005%의 염화벤잘코늄을 주 1회씩 4회 노출한 결과 일부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0.01%로 노출한 쥐의 폐조직에서 만성 염증성 병변이 관측됐다. 폐 세포 면역체계도 일부 손상됐다. 일부 수컷 쥐에서는 백혈구 세포 수가 뚜렷하게 줄어드는 증상도 나타났다.

염화벤잘코늄은 물질 특성상 쉽게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 염화벤잘코늄은 햇빛에 의해 분해되지만, 반으로 줄어드는데 7.1일이 걸린다. 스프레이로 뿌린 경우에는 먼지 등과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닐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는 “보통 세포가 망가지면 면역 세포가 손상 부위로 몰려 치유를 돕는다. 그러나 염화벤잘코늄은 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손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만성 폐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소독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도 호흡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염화벤잘코늄의 농도를 0.5㎍(1000분의 1㎎) 수준으로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염화벤잘코늄 소독제를 쓸 때는 분무하는 방식이 아니라 천에 묻혀 닦는 방식을 써야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코로나에 대한 공기소독 효과는 확인된 바 없다”며 “분무·분사 등 인체 노출 위험이 큰 소독 방식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질병관리청도 “코로나 소독제 중 하나로 쓰이는 염화벤잘코늄은 물체를 닦는 데만 쓰고 공중에는 뿌리지 않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