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이어 영국도 러시아와 진행하던 우주협력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우주협력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일 “영국 정부가 지분을 가진 기업이 이번 주 러시아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우주기업 원웹(OneWeb)은 오는 4일 22시41분(한국 시각 5일 7시41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위성 36기를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국 하원 기업위원회의 다렌 존스 위원장은 과학우주부 조지 프리먼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원웹이 러시아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BBC는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원웹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원웹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원웹은 지구 저궤도에 올린 소형 위성 648기로 지구 전역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영국 통신사 BT 등이 고객이다. 이미 위성 428기를 우주에 올렸다.
원웹의 위성 발사는 영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중단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이 회사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2020년 원웹이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4억파운드(한화 6450억원)를 지원했다.
노동당 소속인 존스 위원장은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가 원웹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어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BBC에 “석유회사인 BP, 셀과 마찬가지로 원웹도 러시아 기업과의 상업 활동을 더 이상 지속하지 말아야 한다”며 “관계 장관들이 원웹 이사회와 함께 이 같은 결론을 가능한 빨리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BBC에 “러시아의 불법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와 우주협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합당하다”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다음 단계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 총리도 지난달 24일 하원에서 “러시아와 과학협력이 예전처럼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체 로켓이 없다는 점이다. 유럽의 아리안 5호나 6호 로켓은 이미 발사 일정이 꽉 찼거나 발사가 힘든 상태다. 만약 아리안 로켓으로 바꾼다 해도 다시 위성을 로켓에 탑재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조 작업이 필요하다.
원웹은 오는 4일 발사를 포함해 앞으로 최소 5번 더 카자흐스탄의 러시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은 2일 원웹 위성 36기를 탑재한 소유즈 로켓을 바이코누르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유럽도 러시아와 진행하던 우주협력을 중단할 방침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달 28일 올해 화성 탐사 로버 발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사실상 철회의사를 밝혔다.
ESA와 러시아는 화성 탐사 프로그램 엑소마스(ExoMars)를 함께 준비 중이었다. 올해 9월 카자흐스탄에 있는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착륙선과 이동형 탐사 로봇(로버)을 실어 보낼 계획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로버의 화성행은 최소 2년 더 미뤄질 전망이다. 화성 탐사는 일반적으로 지구와 화성이 일렬로 늘어서 비행시간이 가장 짧아지는 시간에 떠난다. 그 시간은 2년마다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