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행사 몸에 꼭 맞는 맞춤형 우주복을 몇 시간 만에 만들어낸다. 우주복을 입은 우주 비행사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는 휴대용 장치를 들고 화성을 마음껏 돌아다닌다. 가오리를 닮은 드론은 금성 하늘을 날아다니며 행성의 대기와 날씨를 연구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나사는 혁신적인 우주기술에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사는 지난달 26일 17가지 프로젝트에 총 510만 달러(62억6000만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팸 멜로이 나사 부국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나사 자금 지원은 연구가 현실이 되도록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맞춤형 우주복 찍어내고 인공중력 제공
나사 지원 프로젝트에는 미래 인류가 우주 탐사에 활용할 아이디어들이 대거 나왔다. 텍사스A&M대 연구진은 스캐너로 사람마다 다른 체형을 파악해 맞춤형 우주복을 제작하는 기술을 내놨다. 체형 디지털 정보로 화성 현지에서 3D(입체) 프린터로 우주복을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임무에 맞는 우주복을 빠르게 설계, 제작할 수 있다.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현재 기술보다 10배 적은 에너지로 화성 대기에서 산소를 만드는 휴대용 장치를 제안했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를 어떻게 조달할지 해결하지 못했다. 화성은 지구와 달리 약 95%가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다. 이 장치가 성공하면 인류 거주 지역과 탐사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위스콘신 메디슨대 연구진은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우주 방사선은 암과 각종 심혈관, 중추신경계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자석 코일로 자기장을 만들어 방사선을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것처럼 대형 구조물을 회전시켜 인공 중력을 만들 계획이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근육과 뼈가 줄어들고 시력과 면역력이 떨어진다. 인공 중력은 이런 건강 문제를 극복할 아이디어다.
◇금성 하늘 날고 얼음 위성의 바다 탐사
우주를 구석구석 누빌 로봇 기술들도 제안됐다. 금성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극한 환경이라 인간이 직접 탐사하기는 어렵다. 나사는 금성 탐사를 위한 프로젝트 2건을 채택했다.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쥐가오리를 모방한 금성 탐사 드론을 만들 계획이다. 드론은 풍선처럼 공기를 넣었다 빼가면서 부력을 제어한다. 고도 50~60㎞를 날아다니면서 금성의 날씨와 대기 성분, 자기장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우주선이 낙하산을 펼쳐 서서히 떨어지면서 금성 대기 샘플을 채집하면, 나중에 궤도선이 우주선을 다시 지구로 회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는 3D 프린터로 목성과 토성의 위성에서 얼음 아래 숨겨진 바다를 헤엄치며 생명체를 탐색할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화성의 지하를 탐색할 수 있는 로봇을 제안했다.
지구를 지키는 기술들도 있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이나 작은 혜성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지구에 다가오는 천체를 깨뜨리고 작은 파편들은 지구 대기와 마찰로 타 없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는 우주 폭풍을 포착해 더 정확한 날씨를 예측하는 위성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 밖에 외계 행성을 관측할 망원경 시스템과 과학 우주선,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태양열 추진 시스템 등 다양한 미래 우주 기술들이 나사의 지원 아래 개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