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수술 두 달 만에 사망했다. 환자의 생존 기간은 짧았지만, 의료계에서는 초기 급성 거부반응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병원은 9일(현지 시각) “심장병 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이 역사적인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지난 8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병원 대변인은 “베넷의 몸이 돼지 심장을 거부했는지 불분명하다”며 “사망 당시 명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 연구진은 향후 의학 학술지를 통해 사인 등 명확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인의 아들인 데이비드 베넷 주니어는 “병원 의료진이 아버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아버지는 실험적인 이식 수술을 받아 의학에 이바지했으며 장차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희망을 줬다”고 밝혔다.
앞서 베넷은 치명적 부정맥으로 입원해 6개월 이상 기계의 도움을 받아 연명했지만, 심장 이식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1월 7일 미국 바이오 기업 리비비코어가 제공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 이 회사는 미니 돼지의 면역 거부 유전자 3개를 차단하고, 인체의 면역 체계에 순응하도록 인간 유전자 6개를 추가했다. 이식한 심장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성장 유전자 기능도 억제했다.
수술 후 수주 동안 베넷씨에게 아무런 거부반응도 일어나지 않아 돼지 심장 이식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넷씨는 사망 수일 전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기 전까지 재활치료를 정상적으로 받고 수퍼볼 경기도 시청했다고 병원은 밝혔다.
베넷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돼지 장기 이식은 계속 시도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매년 6000명 이상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질 정도로 이식용 장기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앨라배마대 연구진은 지난해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해 사흘간 정상 기능을 확인한 데 이어 연말까지 실제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