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 회사 제넥신이 ‘올빼미 공시’로 원성을 사고 있다.
제넥신은 지난 금요일인 11일 오후 3시 40분 ‘제넥신, 엔데믹 시대 맞아 개발전략 수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증시 마감 10분 뒤였다. 제넥신은 이날 “지난해 승인받은 인도네시아 2·3상 임상 시험 철회를 신청한다”고 했다. 아르헨티나에 신청한 부스터 백신 임상 신청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14일 제넥신 주가는 11.5% 폭락한 4만1850원에 장을 마쳤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코로나 백신 개발 홍보에만 열을 올리던 제넥신이 주말 직전에, 그것도 증시 마감 직후 주가에 악재인 코로나 백신 포기 소식을 은근슬쩍 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제넥신은 그동안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9시쯤이나 장중에 보도자료를 내며 성과를 홍보해왔다. ‘동물실험에서 효과’, ‘특허 출원’, ‘임상 1상 논문 결과’, ‘임상 2·3상 신청’ 등 설익은 내용을 중계방송하듯 보도자료를 뿌렸다. ‘묻지 마 투자’ 덕분에 4만원대인 주가는 한때 19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제넥신의 코로나 백신 포기를 두고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수의 전문가는 이미 국내 코로나 백신 개발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부족하고, 글로벌 제약사 백신이 보급되면서 임상 참가자 모집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백신을 개발해도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해 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제넥신이 밝힌 백신 개발 포기 이유도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철수를 선언했다. 바이오 기업 큐리언트는 지난달 11일 “임상 시험 대상자 모집이 어렵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 중이던 코로나 치료제 임상 2상을 포기했다. 대웅제약과 부광약품도 지난해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중도 포기했고, 혈장 치료제를 개발한 녹십자도 일찌감치 사업을 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동안 제약사들은 ‘주가 띄우기’ 경쟁에 나섰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신뢰를 얻으려면 기술력을 키우는 것과 함께 상장사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