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원웹(OneWeb)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로켓으로 우주인터넷용 위성을 발사하기로 했다. 원래 러시아 로켓을 쓰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반발로 무산되자 경쟁사에 손을 내민 것이다.
원웹은 21일(현지 시각) “미국 스페이스X와 원웹의 위성 발사를 재개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원웹 위성 첫 발사는 올해 말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 계약 조건을 공개되지 않았다. 원웹의 닐 매스터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에서 “스페이스X의 지원에 감사한다”며 “이는 두 회사가 무한한 우주의 잠재력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원웹과 스페이스X는 우주인터넷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다. 원웹은 지구 저궤도에 올린 소형 위성 648기로 지구 전역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위성 428기를 우주에 올렸다. 스페이스X가 추진 중인 스타링크도 2020년대 중반까지 저궤도 소형위성 1만2000기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2000여 위성을 발사했으며, 이를 통해 최근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했다.
두 회사의 차이는 우주로켓에 있다. 스페이스X는 자사 팰컨9 로켓으로 우주인터넷 위성을 발사했지만, 원웹은 러시아 소유즈 로켓과 유럽 아리안 로켓을 이용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위성 발사의 발목을 잡았다.
원래 원웹은 지난 4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위성 36기를 실어 발사하기로 했지만 서방의 제재에 반발한 러시아의 거부로 무산됐다.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은 영국 정부가 원웹의 지분을 매각하고 위성을 군사용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웹 위성 36기의 발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원웹은 영국 정부가 투자한 회사이다. 2020년 원웹이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영국 정부가 4억파운드(한화 6450억원)를 투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유럽 통신사인 유텔셋, 한국 한화시스템도 원웹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원웹에 3억달러를 투자해 이사회에 들어가 있다.
원웹과 스페이스X는 우주인터넷이란 같은 목표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략 대상은 다르다. 간단히 말해 소매와 도매의 차이다. 스페이스X는 소비자에게 직접 우주인터넷 연결용 단말기를 판매할 예정이지만, 원웹은 통신사와 손을 잡을 계획이다. 제휴 통신사가 고객들에게 인터넷망의 일환으로 원웹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