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사는 작은 벌레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연구가 발전하면 환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명지대 식품영양학과의 최신식 교수와 장나리 연구원은 지난 20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화학회 연례 학술 대회에서 “예쁜꼬마선충으로 폐암 세포를 정확도 70%로 구별했다”고 발표했다.
몸길이 1㎜ 정도의 실험 동물인 예쁜꼬마선충은 회충과 같은 선형동물의 일종이다. 연구진은 “폐암 세포는 정상 세포와 다른 냄새를 낸다”며 “땅에 사는 예쁜꼬마선충은 특정 냄새를 따라가거나 피할 수 있어 폐암 진단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투명 플라스틱 칩 한가운데 선충을 두고 양쪽 가장자리 공간에 각각 암세포와 정상 세포 배양액을 떨어뜨렸다. 한 시간 지나자 암세포 배양액 쪽으로 선충이 몰려들었다. 선충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돌연변이를 일으키자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선충은 후각으로 암세포를 찾아간 것이다.
연구진은 추가 실험을 통해 선충이 폐암 세포에서 나오는 2-에틸-1-헥사놀이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따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 물질은 꽃향기를 낸다. 연구진은 “선충이 왜 이 물질에 끌리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먹이에서 나오는 향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규슈대의 다카키 히로쓰 교수는 히로쓰 바이오 사이언스를 설립해 2020년부터 선충 암 진단을 상용화했다. 히로쓰 바이오 사이언스는 지난해 선충으로 암 환자의 87.5%를 가려냈다고 발표했다.
명지대 연구진은 이번에 선충 진단을 더 정확하고 간편하게 발전시켰다. 일본 연구진은 배양 접시에 소변을 떨어뜨리고 선충이 몰려가면 암 환자로 판정했다. 명지대 연구진은 이를 작은 플라스틱 칩 형태로 구현했다.
최신식 교수는 “선충의 후각 기억력을 활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진과 함께 폐암 조기 진단에 선충을 쓸 수 있을지 알아보겠다”며 “검사 시료도 침과 소변, 날숨으로 확대하고 진단하는 암 종류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