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바닷속에서 인간과 문어가 교감하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줬다. 실제로 문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뇌를 만들 능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막스 델브뤼크 분자의학연구소의 니콜라우스 라제우스키 박사 연구진은 최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문어는 사람처럼 유전자를 조절하는 마이크로RNA가 많아서 지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올렸다.
문어는 무척추동물이지만 포유류에 맞먹는 지능을 갖고 있다. 다리로 수조의 잠금장치를 풀고 미로(迷路)도 생쥐만큼 잘 탈출한다. 사람 얼굴도 알아보고 싫은 사람이 오면 물을 뿜는다. 간단한 도구도 사용한다.
라제우스키 박사는 3억년 전 문어와 오징어의 공동 조상에서 마이크로RNA가 50여 개 생겨난 후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됐음을 알아냈다. 이 정도 마이크로RNA를 가진 무척추동물은 없다. RNA는 DNA에 있는 유전 정보대로 단백질을 합성하지만 길이가 짧은 마이크로RNA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지 않고 그 과정을 조절한다. 즉 유전자의 기능을 좌우한다.
지능이 발달하려면 뇌 구조가 복잡해야 한다. 마이크로RNA가 많으면 같은 유전자로 더 다양한 신경세포를 만들어 뇌가 더 복잡해진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실제로 어린 문어의 뇌 발달 과정에서 마이크로RNA가 활발하게 작동했다.
문어는 신경세포 수가 개와 비슷한 5억개 정도이다. 신경세포가 다리를 포함해 온몸에 퍼져 있지만 일부는 사람 뇌처럼 보호막에 싸인 채 모여 있다. 여기서 인간의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와 유사한 신경 조직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