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사물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진동까지 로봇 손에 전달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됐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촉감까지 로봇에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 고현협(에너지화학공학과), 김재준(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사람의 동작과 촉감, 소리 등을 모두 인식해 기계에 전달할 수 있는 사람-기계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자매지인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렸다.
이번 인터페이스는 귀의 달팽이관 구조를 모방한 인공피부 센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달팽이관 기저막은 두께와 너비, 단단함 정도가 부위별로 달라 소리를 주파수별로 구분해 받아들 수 있다. 이를 모방한 센서는 사람의 동작처럼 느리게 반복되는 저주파 신호뿐만 아니라 빠르게 진동하는 소리와 촉감 같은 고주파 신호도 기계에 모두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공피부 센서를 사람의 촉감을 로봇에 전달하는 햅틱(haptic, 촉각) 장갑에 적용했다. 이전 햅틱 장갑은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저주파만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팽이관을 모방한 센서 덕분에 손가락이 사물과 마찰할 때 발생하는 고주파도 선별해 감지했다.
실험에서 사용자가 햅틱 장갑을 끼고 손을 움직이면 로봇 손이 동작을 그대로 따라 했으며, 유리와 종이, 실크 등 8가지 다른 물질의 질감도 93% 정확도로 인식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한 센서 덕분에 소리로도 아바타 로봇 손을 조종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소리 주파수를 바꿔 로봇 손의 손동작을 조종했다.
센서가 인식 가능한 주파수 대역은 45~9000 Hz(헤르츠)이다. 이는 사람의 심전도(0.5~300Hz), 근전도(50~3000 Hz), 심음도(20~2만Hz), 목소리(100~400Hz)와 같은 다양한 생체 신호를 포함한다. 고현협 교수는 “이번 센서는 소음이 많은 곳에서도 95% 정확도로 사람 목소리만 인식하는 마이크로폰에도 쓸 수 있다”며 “센서가 얇고 표면에 잘 달라붙어 다양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