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 작년 매출이 102억9010만위안(약 1조9600억원), 영업이익은 48억2890만위안(약 9185억540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각각 전년보다 83.3%와 90.6% 증가한 수치다. 우시바이오는 의약품 개발과 생산, 임상을 대행하는 의약품 아웃소싱 시장에서 지난해 점유율(매출 기준)이 세계 1위인 스위스 론자(18.9%)에 이어 10.3%로 2위를 차지했다. 2018년만 해도 론자와 독일 베링거잉겔하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4위였지만 3년 만에 2위로 껑충 뛴 것이다.

중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의약품 시장 성장과 더불어 코로나 백신 개발, 유통, 위탁생산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최근 주가는 실적과는 반대로 주저앉고 있다.

◇中 바이오기업 팬데믹 타고 매출 급증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중국 국민들의 소득 수준 향상과 고령화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난증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363곳 가운데 43곳의 매출이 100억위안(약 1조91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점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중국에 개발과 생산을 위탁하면서 CDMO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시바이오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9곳의 백신 개발사와 위탁 생산 계약을 맺어 매출이 급증했다. 2018년부터 백신 제조 연구에 투자한 데다 미국, 독일, 아일랜드에도 제조 시설을 확보해 대규모 백신 생산 물량을 소화했다. 게다가 바이러스 벡터(매개체), 재조합 단백질, mRNA 3가지 방식의 백신 모두 생산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우시바이오가 지난해 말까지 확보한 위탁 생산 수주 규모는 136억달러(약 16조6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도 지난해 매출은 5210억5124만위안(약 99조6000억원)으로 전년(4564억1461만위안)보다 14% 늘어났다. 한화로 약 10조원을 더 벌어들인 것이다.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도 활발하다. 중국 상하이 포순제약은 지난해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코로나 백신 판권 계약을 체결해 현재 홍콩과 마카오, 대만에 백신을 판매하고 있다.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매출도 증가하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8.7% 증가한 390억500만위안(약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CDMO 기업 아심켐도 지난해 11월 미국 대형 제약사 2곳과 4억8100만달러(약 59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회사의 2020년 매출 4억8000만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아심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40%가량 성장했다고 밝혔다.

◇ 美·中갈등 탓에 주가는 ‘반토막’

하지만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해 최고점보다 30~50%가량 폭락하며 실적과 거꾸로 가고 있다. 우시바이오는 지난 1년간 최고 148홍콩달러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68홍콩달러 근처에서 거래된다. 선전 증시에 상장된 아심켐 주가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거래 성사 후에 500위안을 넘었지만 현재 360위안대다.

이는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도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등 테크 산업과 함께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견제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미검증 리스트’ 33개 기관에 우시바이오를 포함했다. 당시 회사 주가가 25% 이상 폭락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도 최근 베이진 등 중국 바이오 기업 3곳을 상장 폐지 위험 대상으로 지목했다. 또 포순제약은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중국 내에서는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미 CNN은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서방 백신 도입을 미루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탁개발생산(CDMO)

영어 Contract Development & Manufacturing Organization의 약자. 의약품 생산시설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고객사의 위탁을 받아 의약품을 대신 개발·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비용 절감과 개발 효율을 추구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CDMO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