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유적지를 순찰하고 있는 로봇개 스폿./폼페이 고고학공원

옛것을 되살리는 고고학과 미래를 바라보는 첨단 기술이 만났다. 로봇개가 고대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다. 이탈리아 폼페이 고고학공원은 지난 28일 “로봇개 스폿이 폼페이 유적지 보호 임무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폼페이 유적지 순찰하고 도굴범 추적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스폿은 키 84㎝, 무게 25㎏의 네 발 로봇이다. 2018년 3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이 주최한 첨단 기술 콘퍼런스에서 이 로봇개와 산책하는 모습을 공개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2020년 현대자동차에 인수됐다.

로봇은 주변을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장착하고 폼페이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구조적 결함이나 안전 문제가 있는지 검사한다. 특히 스폿은 레이저 스캐너 장비도 장착하고 있어 지하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최근 폼페이 유적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도굴범을 적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도굴범들은 지하에 굴을 파고 들어와 폼페이 유적지에서 유물을 훔쳐냈다.

폼페이 유적지를 순찰하고 있는 로봇개 스폿./폼페이 고고학공원

지난 2013년 유네스코(UNESCO, 유엔교육문화기구)는 보존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세계문화유산에 폼페이 유적을 추가했다. 그러자 공원 측은 유적 관리에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스마트앳폼페이(Smart@POMPE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공원 측은 “스폿은 아주 작은 공간까지 조사해 보수나 복원 연구와 계획에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병원, 우주까지 종횡무진

가브리엘 주흐트리겔 폼페이 고고학공원 소장은 “고고학 유적지 보존을 위해 스폿 같은 첨단 기술이 개발된 적은 없었다”며 “고고학 유적지는 워낙 면적이 크고 다양한 형태의 환경 조건이어서 로봇과 인공지능, 자동시스템 기술을 적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폿은 다양한 환경에서도 임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9년부터 스폿을 기업용으로 시범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폿은 사람들이 가기 힘든, 건설·토목 현장을 점검하는 데 가장 먼저 활용됐다. 미국 건설업체인 스위노튼은 텍사스의 건설 현장에서 스폿이 기둥이나 전기 도관 수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병원과 MIT 연구진은 로봇개 스폿의 카메라로 2m 거리에서 사람의 체온과 맥박, 혈중 산소 포화도, 호흡수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MIT

코로나 대유행 시기 스폿은 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비대면 진단을 돕고, 거리에선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도록 안내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의 동굴 탐사에 스폿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스폿은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축적해 이제는 고고학 유적지 같은 복잡한 환경도 문제없이 검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원 측은 스폿과 함께 ‘라이카 비엘케이투플라이(Leica BLK2FLY)’란 드론(소형 무인 비행체)도 운용하고 있다. 스위스 라이카 지오시스템이 개발한 이 드론은 하늘을 날면서 레이저로 66만㎡ 면적의 유적지를 3D(입체)로 스캔할 수 있다. 로봇개와 드론이 땅과 하늘에서 유적지를 순찰하면서 도굴범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폼페이 유적지를 순찰하고 있는 로봇개와 드론./폼페이 고고학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