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부자리 외계행성 AB b(붉은색) 상상도. 멀리 보이는 AB 별에서 태양계 거리만큼 떨어져 공전한다./NASA

목성처럼 거대한 가스 행성이 젊은 별 주변에서 탄생하는 드문 모습이 포착됐다. 가스 행성이 어떻게 생기는지 밝히면 우리 태양계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국립천문대의 세인 커리 박사 연구진은 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마차부자리에 있는 AB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관측해 가스구름이 중심으로 압축되면서 목성형 가스 행성이 생성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차부자리 AB는 나이가 200만년인 젊은 별이다. 연구진은 2016년 하와이에 있는 일본 국립천문대의 스바루 망원경으로 이 별을 처음 관측했다. 이후 허블 우주망원경까지 동원해 관측을 계속한 끝에 지난해 이 별을 도는 원시행성을 발견했다. 별 주위의 가스 원반에서 나오는 빛이 별빛을 반사한 것이 아니라 아직 뜨거운 행성에서 직접 나왔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에 발견한 행성은 ‘마차부자리 AB b’로 명명됐다. 원시행성은 크기가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보다 크며, 질량은 목성의 9배나 된다. 이 행성은 태양에서 해왕성까지 거리보다 3배나 먼 곳에서 중심별을 돌고 있다. 해왕성이 태양계 맨끝에 있는 행성이라는 점에서 마차부자리 AB b의 공전 궤도 반지름은 전체 태양계의 3배인 셈이다.

마차부자리 외계행성 AB b(아래쪽)는 중심 별(별표)에서 멀리 떨어져 공전한다. 공전 반지름은 해왕성 공전 궤도(점선)의 두 배에 이른다./스바루 천문대

연구진은 관측 결과를 토대로 원시행성이 생겨난 과정을 밝혀냈다. 간단히 말해 주변 가스 구름이 중력에 끌려 뭉치면서 하향식으로 원시행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는 목성형 가스 행성의 생성 과정을 설명하는 주류 이론인 상향식 중심 생장 모델과 배치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목성처럼 거대한 가스 행성은 작은 먼지 알갱이들에서 시작했다고 봤다. 알갱이들이 달라붙으면서 수㎞ 크기의 미행성(微行星)을 이룬다. 이후 미행성들이 서로 부딪히고 결합하면서 수백, 수천㎞ 크기의 원시행성이 만들어진다. 원시행성이 지구 크기가 되면 이때부터 주변의 먼지와 가스를 자체 중력으로 끌어들여 목성이나 토성 같은 거대 가스 행성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동안 관측 결과를 토대로 컴퓨터 가상실험을 해보니 미행성 충돌은 드물고 이들이 행성의 핵으로 성장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게다가 젊은 별에서 불어오는 고에너지 입자 바람은 행성의 핵이 성장하기도 전에 주변 가스를 날려버린다. 연구진은 대신 별에서 멀리 떨어진 가스 원반에서 알갱이들이 뭉치고 이들이 가스 자체의 중력에 의해 안쪽으로 끌려가면서 원시행성이 생겼다고 밝혔다.

커리 박사는 “자연은 매우 영리해 태양계와 똑같이 복사해내지 않고 다양한 행성계를 만는다”며 “이번 결과는 그런 다양한 행성계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다른 천체 망원경에서 이 행성을 관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는 6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본격 가동되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