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수조원대 규모의 우주 인터넷 위성 발사 계약을 맺으며 우주 인터넷 사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5일(현지 시각) “항공사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법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프랑스 위성발사 기업 아리안스페이스,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3사와 83회의 위성 발사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마존의 데이브 림프 기기·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은 미 CNBC에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상업용 우주 산업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라는 것이 아마존 측 설명이다.
◇우주인터넷 선두주자는 스페이스X
이번 계약은 아마존의 우주 인터넷 사업 ‘프로젝트 카이퍼(Kuiper)’의 계획 중 일부다.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 3236기를 배치해 전 세계 구석구석 초고속 인터넷을 서비스하겠다는 것이 아마존의 구상이다. 이번에 계약한 기업들의 로켓에 위성을 차례로 실어 보낼 예정이다. 올해 말 2개의 시험용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목표치의 절반인 1600여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수백개의 위성으로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인터넷 사업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이다. 스페이스X는 자체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2000기의 위성을 쏘아 올려 25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 이용 금액은 99달러. 또 다른 경쟁자는 영국의 원웹이다. 원웹은 계획된 648기 가운데 3분의 2인 428기를 발사했다. 지난해 북위 50도 이상 지역에 시범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시작했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후 원웹은 소유즈 대신 경쟁자인 스페이스X의 발사체를 빌려 위성을 쏘아 올리기로 했다.
◇2030년에는 22조 시장으로 성장
아마존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마존은 전 세계 물류망과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네트워킹과 인프라(기반시설)에 활용해 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또 위성 수신 단말기를 값싸게 제공하는 데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나 전자책 단말기 킨들 등 저렴한 기기를 제조한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림프 부사장은 “단말기 가격을 500달러 미만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의 경우 원래 3000달러인 단말기 가격을 1300달러로 낮췄고, 이 중 회사가 절반을 부담해 고객은 599달러를 낸다. 림프 부사장은 콜로라도에서 열린 37회 우주 심포지엄에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우주 인터넷 경쟁에서 다수의 승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우주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29억3000만 달러(약 3조6000억원)였던 우주 인터넷 시장은 2030년까지 185억9000만 달러(약 22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주 인터넷은 사막 같은 오지까지 인터넷을 빠른 속도로 보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통신 위성은 3만6000㎞ 상공의 정지 궤도 위성이지만, 높은 곳에 있어 250밀리초(ms)의 지연 시간이 발생한다. 위성 인터넷은 이보다 더 낮은 궤도를 돌기 때문에 지연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