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하고 정확해지는 진단 기술 / 그래픽=김하경

질병 진단 검사가 점점 간편해지고 있다. 보통 질병 검사를 하려면 고가의 대형 장비를 이용하거나 당뇨병처럼 하루에 2~4번씩 바늘로 직접 찔러 피를 뽑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국내에서 번거로운 질병 진단을 간편하게 바꾸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혈액검사를 소변이나 침 검사로 대체하고 아예 콘택트렌즈만 착용해도 당 수치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도경 박사는 “코로나로 자가 진단 검사가 대중화됐듯 집에서도 빠르고 편하게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최근 연구 추세”라며 “감염병을 넘어서 만성질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눈물·소변의 미미한 당분도 포착

최근 개발되고 있는 진단법은 편의성을 먼저 내세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감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혈액 대신 눈물이나 다른 타액 안에 있는 작은 성분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텍 한세광 교수 연구진은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 교수, 화이바이오메드 신상배 박사와 공동으로 연속 혈당 측정용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연구진이 개발한 콘택트렌즈는 인체에 해가 없는 고분자물질로 만들어졌다. 렌즈에 부착된 바이오 센서가 눈물에 포함된 포도당 농도를 측정한다. 이번에 센서의 민감도를 크게 높였다. 극미량의 눈물이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이 많은 구조로 만들었고, 반응 속도를 높이는 나노 촉매를 첨가했다. 그 결과 기존의 콘택트렌즈보다 응답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한 교수는 “30마리 이상 토끼 실험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실시간으로 혈당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최종순·한도경 박사 연구진은 “혈액 이외에 소변⋅타액 등 다양한 체액 검체를 활용해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백금 나노 촉매를 활용해 소변이나 침 속에 있는 당을 15분 이내에 수 밀리그램 수준까지 검출하는 자가 진단 키트를 제작했다. 특히 진단 키트의 색 변화에 따라 혈당 수치를 계산할 수 있다. 한 박사는 “소변은 혈액보다 10분의 1, 침은 혈액의 100분의 1 정도로 당 농도가 옅지만 이번 진단 키트는 검출해낼 수 있다”며 “이 기술을 다른 질병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각 자극으로 치매 5분 만에 진단

편의성을 높인 진단의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김기현 교수 연구진은 경북대 안과 김홍균·손병재 교수, 서울대병원 안과 윤창호 교수와 함께 안구건조증을 손쉽게 검사하는 영상 장비를 개발했다.

점액을 분비하는 결막 술잔세포가 줄어들면 안구건조증이 생긴다. 안구건조증을 진단하려면 눈에 종이 필름을 붙였다 떼고 술잔세포의 수를 파악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연구진은 그대신 안과 항생제인 목시플록사신으로 술잔세포를 염색해 촬영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항생제는 안구 질환 환자의 치료·예방에 쓰기 때문에 환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또 기존 현미경으로는 곡면인 눈을 촬영하기 어려워, 고속으로 초점을 바꿔 경사진 부분도 촬영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토끼와 쥐에게 일시적으로 안구건조증을 만들어 눈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전체 촬영 시간도 10초 이내로 짧았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의생명공학과 김재관 교수는 조선대 이건호 교수와 함께 “간단한 후각 자극만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5분 이내에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치매 환자는 냄새를 구분 못 하거나 후각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97명을 대상으로 4가지 냄새를 맡게 한 뒤 뇌에서 변하는 혈류량을 측정했다. 근적외선을 머리에 쏴 다시 돌아오는 빛을 분석한 것이다. 임상시험 결과 정상인은 좌·우뇌의 혈류량 차이가 없었지만 인지 기능 장애 환자나 치매 환자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알츠하이머 진단은 자기공명영상(MRI) 또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을 통해 뇌조직에서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양을 측정한다. 김재관 교수는 “후각 자극과 뇌 혈류량 측정으로 기존 치매 검사와 유사한 진단 정확도를 확인했다”며 “방사선이나 자기장 노출 없이도 뇌의 후각 기능 변화만으로 치매를 진단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