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병원에서 환자의 옷을 갈아 입하는 데 성공했다. 옷은 모양이 계속 바뀌어 로봇이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인공지능 학습 덕분에 난관을 극복한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이아니스 데미리스 교수와 판 장 박사 연구진은 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두 팔을 가진 로봇이 옷걸이에서 환자복을 집어 침대에 누워 있는 마네킹에게 입히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봇은 세 단계로 움직였다. 환자복은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들이 입는 뒤트임 형태였다. 로봇은 먼저 옷걸이에 걸린 환자복을 집어 들었다. 다음은 환자복을 펼치고 마지막으로 침대로 가서 마네킹의 팔을 들어 환자복 소매에 집어넣었다. 미국 병원에서 이뤄지는 간호조무 실습과정과 같은 단계로 진행됐다. 사람이 아니라 병원 실습용 마네킹이라는 점만 달랐다.
옷처럼 잡는 방법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계속 바뀌는 물체는 로봇이 다루기 힘들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에게 환자복 전체를 보지 말고 각 단계별로 로봇팔이 잡고 움직여야 하는 지점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또한 실제 훈련 전에 로봇에 내장된 인공지능에게 컴퓨터 가상실험으로 학습을 시켰다. 그 결과 로봇은 마네킹에게 옷을 입히는 실제 실험에서 90.5%의 성공률을 보였다.
영국 리드대의 메흐멧 도가르 교수는 이날 뉴사이언티스트에 “환자복의 다른 부분을 무시하고 핵심 지점에만 집중한 것은 좋은 접근법”이라며 “사람도 셔츠를 입으면서 소매에 손을 넣을 때 다른 부분이 어떤지 모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로봇 간호사가 나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도가르 교수는 “이번 결과가 매우 그럴 듯 해보이지만 실제 간호사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며 “로봇이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히는 일만 한다 해도 변수가 많아 실패를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로봇공학산업정보연구소의 줄리아 보라스 박사는 같은 저널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옷의 변형 상태를 더 확실하게 이해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며 “데이터 기반의 접근도 모델 기반의 접근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옷에 대한 기본 정보를 더 확보하고,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에만 의존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상황마다 미리 대처법을 만들어두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