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이 남성의 생식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동물실험에서 코로나가 정자 생산 세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사람에서도 같은 영향이 확인된 것이다.
인도 자슬록 병원의 피루자 파리크 박사 연구진은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오메가’에 “코로나 감염이 남성의 생식 관련 단백질 수치를 변화시킨다”고 밝혔다.
◇정자의 생식 단백질 절반으로 감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 중에 후유증을 오래 앓는 경우가 많다. 머리에 안개가 낀 듯 사고력과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을 호소한다. 코로나는 주로 호흡기에 영향을 주지만 바이러스는 다른 장기 조직도 손상시킨다. 이번에 인도 연구진은 경증이나 중등증 코로나를 겪은 사람들도 남성 생식 관련 단백질에 현저한 변화를 겪는다고 밝혔다.
파리크 박사는 인도공대(IIT)의 산지바 스리바스타바 교수와 함께 건강한 남성 10명의 정자를 경증이나 중등증 코로나를 앓은 사람 17명의 정자와 비교했다. 실험에 참가한 남성의 나이는 20~45세로 불임 병력은 없었다.
연구진은 코로나에 걸렸던 남성의 정자는 수나 활동성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정자의 단백질을 분석했더니 코로나 회복자에서 27종은 일반 남성보다 수치가 높았고 21종은 낮게 나왔다. 코로나가 정자의 단백질 수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구진은 수치가 변한 단백질은 생식 기능과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생식 관련 단백질인 시메노젤린12과 프로사포신은 코로나 회복자에서 일반 남성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코로나가 회복 후에도 남성의 생식 건강에 지속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환 염증 유발
이번 연구 결과는 분석 대상이 적어 앞으로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증될 필요는 있다. 또한 코로나와 유사한 독감 같은 질병에 걸렸다 회복한 사람에서도 정자 단백질에 변화가 있는지 분석할 필요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앞서 동물실험에서는 코로나가 독감과 달리 남성의 생식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홍콩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감염병학회지’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남성의 생식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햄스터들이 코로나에 감염된 지 4~7일 지나고 정자 수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일반 독감에 걸린 햄스터들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대부분 햄스터들은 경미한 폐렴 등 증상 자체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정자 수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후 한 달이 넘게 지난 42일~120일 사이에도 일부 햄스터의 고환이 줄어든 채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햄스터의 고환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급성 염증, 출혈, 일부 혈관의 괴사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자 생산 조직에 실질적인 손상이 일어나 정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초기 중국에서는 감염 남성 5명 중 1명은 음낭에 불편함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