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달 탐사선 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오는 8월 1일(한국 시각) 미국에서 발사된다. 고성능 카메라 같은 과학 탑재체를 실은 달 궤도선으로, 내년 1월부터 1년간 달 주위를 돌며 다양한 과학 탐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BTS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달에서 지구로 보내는 우주 인터넷 시험도 진행한다. 한국이 지구 궤도 너머 심우주(深宇宙) 탐사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으로, 달 궤도선 발사에 성공하면 세계 일곱째 달 탐사국이 된다. 앞서 일본과 인도, 유럽이 달에 궤도선을 보냈고 미국과 소련, 중국은 달 착륙선 발사까지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 8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한국 달 궤도선이 8월 1일 오전 8시 35분(현지 시각 7월 31일 오후 11시 35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달 궤도선은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그래픽=김하경

◇부메랑처럼 먼 우주 나갔다 달 궤도 진입

달 궤도선 개발은 2016년부터 2367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궤도선 중량과 궤적 등 기술적인 문제로 4차례 사업 변경 끝에 발사되는 것이다. 총무게 678㎏으로, 가로 2.14m, 길이 1.82m, 높이 2.29m 크기다. 비록 미국 발사체를 이용하지만, 달 궤도선과 비행 궤도는 우리가 개발했다. 달 궤도선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카메라 1대뿐 아니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탑재체 5개가 실린다. 첫 시도인 만큼 위성 관제 등에서 나사와 국제 협력을 한다.

이번 달 궤도선은 우리나라가 심우주로 가는 첫 비행이다. 한국의 위성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지금까지는 지구 저궤도(600㎞)나 정지궤도(3만6000㎞)를 벗어나지 못했다. 달은 지구에서 38만4000㎞ 떨어져 있다. 특히 달로 가는 궤도는 태양과 달, 지구의 중력을 이용하는 BLT(Ballistic Lunar Transfer·달 궤도 전이) 방식을 택했다. 달을 향해 바로 직진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156만㎞까지 떨어진 곳까지 나갔다가 달에 진입한다.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을 최대한 이용해 연료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항우연 김대관 달탐사사업단장은 “부메랑을 멀리 던졌다가 원하는 곳에 되돌아오도록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달 궤도선은 발사 후 4개월을 날아 올 12월 16일부터는 속도를 점차 낮추면서 타원형으로 달을 5바퀴 돌다 고도 100㎞ 궤도로 진입을 시도한다. 12월 31일이나 내년 1월 1일쯤 목표한 궤도에 진입한다. 내년 1월 한 달간 시운전한 뒤 12월까지 임무를 수행한다. 김 단장은 “임무 기간 후 더 운용할 수 있는지는 연료량에 달렸다”고 말했다.

◇달에서 BTS 음악 들을 수 있을까

달 궤도선은 과학 임무 수행을 위해 과학 장비 6개를 싣는다. 그중 달의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을 촬영할 나사의 고감도 카메라 섀도 캠이 가장 큰 기대를 모은다. 지구의 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는 것과 달리 달은 축이 직각으로 서 있다. 극지에서 땅이 파인 크레이터(구덩이)에 태양빛을 영원히 받지 못하는 영구음영 지역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구음영은 세계 과학계에서 연구가 많이 안 된 미지의 영역이다. 섭씨 영하 200도 이하의 달에서 얼어붙은 물이나 메탄, 암모니아 같은 물질을 연구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제작한 고성능 기기 5개도 실린다. 항우연의 고해상도 카메라, 천문연구원의 편광 카메라, 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 분광기, 경희대의 자기장측정기, 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우주 인터넷 장비다. 항우연은 고해상도 카메라로 궤도선 이후 계획 중인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 지점을 살펴볼 예정이다. 달 표면의 반사파를 분석하는 편광 카메라로는 고에너지 우주 입자에 의한 풍화(風化) 상태를 살펴 달의 진화를 연구한다. 자기장측정기와 감마선분광기로는 달 자기장이나 희토류 원소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ETRI는 달에서도 위성이나 로버(탐사용 로봇)를 연결해 인터넷을 할 수 있는지 시험한다. 이를 위해 노래와 사진을 달 궤도선에 담아 보낸 뒤, 지구에서 명령을 내리면 달에서 파일을 보내올 예정이다. ETRI는 “BTS가 허락하면 다이너마이트 노래를 우주 인터넷으로 달 궤도선에서 지구로 전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TRI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도 전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