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發電)은 햇빛이 강한 지역 또는 낮에만 가능하다는 고정 관념을 깨는 기술들이 잇따라 개발됐다. 햇빛을 화학물질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기로 바꾸고, 밤에도 작동하는 태양전지로 휴대폰을 충전하는 기술들이다.
스웨덴 찰머스 공대의 카스퍼 모스-풀센 교수 연구진은 1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에 “태양에너지를 화학물질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열로 전환시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태양에너지를 화학물질에 18년 저장
연구진은 앞서 탄소와 수소, 질소로 이뤄진 특수 화합물이 햇빛을 받으면 구성 원자나 수는 똑같지만 공간 배열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 화합물이 열을 발산하면 다시 원래 구조로 돌아간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태양에너지를 최장 18년까지 화합물에 저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연구진은 이번에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화합물 용액을 중국에 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핵심 장치는 온도가 변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열전(熱電) 발전기이다. 중국 상하이의 자오퉁대 연구진은 스웨덴에서 보내온 화합물 용액에 열전 발전기를 연결해 전기를 생산했다.
연구진은 “열전 발전기는 얇은 칩 형태여서 헤드폰이나 시계에 장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태양에너지로 휴대용 전자기기를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스퍼 모스-풀센 교수는 “날씨나 시간, 계절, 지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태양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밤에도 태양전지가 휴대폰·LED 충전
미국 연구진은 밤에도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의 판샨후이 교수 연구진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에 “복사냉각 현상을 이용해 야간에도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복사냉각이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흡수한 복사에너지를 밤에 방출하면서 지표면의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이다. 태양전지 역시 밤에 복사에너지를 방출해 주변 공기보다 온도가 낮아진다. 이로 인해 주변 공기에서 태양전지로 열 흐름이 발생한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태양전지 바로 밑에 열전 발전기 층을 부착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대학 구내 건물 옥상에 이 태양전지를 설치하고 밤에 1제곱미터(㎡) 면적당 50밀리와트(0.05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기온이 높고 건조하면 발전량이 100밀리와트까지 올라갔다.
일반적인 태양전지는 낮에 1㎡당 100~200와트의 전기를 생산한다. 연구진은 “야간 전기 생산량은 낮에 비할 바 아니지만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나 휴대폰, 각종 센서는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라며 “복사냉각 전용의 태양전지를 만들어 야간 발전효율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태양전지에 열전 발전기 층을 붙이는 데 비용이 든다. 하지만 연구진은 열전 발전기가 배터리보다 수명이 더 길어 경제성이 있다고 밝혔다. 낮에 태양전지로 전기를 만들고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밤에 쓰는 것보다 24시간 내내 태양전지가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