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알버트 휴보'.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한 인간형 로봇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는 로봇이 발전해도 가장 대체하기 힘든 직업으로 조사됐다./KAIST

로봇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뺏을 직업은 육가공업 종사자로 조사됐다.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의 로봇 공학자 다리오 플로레아노 교수와 로잔대의 경제학자 라파엘 라리브 교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봇공학’ 최신호에서 “도축과 정육 포장업 종사자가 로봇에 일자리를 뺏길 위험이 가장 큰 직업”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섬유·의류 다림질과 농산물 선별, 수위·미화, 환자 이송, 상품 포장, 식당 서빙, 주방 보조, 가사도우미, 세차 순으로 직업 안전성이 약했다.

연구진은 미국 직업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자리마다 필요한 기술, 지식을 찾아 현재 로봇의 기술성숙도와 비교했다. 그 결과 육가공이나 섬유·의류 가공이 자동화가 가장 용이한 분야로 조사됐다.

반면 물리학자는 대체될 위험이 가장 적은 직업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신경과 전문의, 예방의학 전문의, 심리학자, 임상병리 전문의, 수학자, 기업 임원, 외과 의사, 분자세포생물학자, 임상역학 전문의 순이었다. 과학·의학 관련 직업은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앞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인공지능(AI) 활용이 보편화하는 이른바 ‘로봇 경제’ 출현으로 2025년까지 일자리 7500만 개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라질 위험이 가장 큰 분야로는 회계, 데이터 입력 등 사무직종이 꼽혔다. 또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일자리보다는 새로 생기는 것이 배 가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위스 연구진은 “과거 연구는 대부분 대화, 영상 인식 등 소프트웨어 로봇 중심이었다”며 “이번에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물리적 작업을 하는 지능 로봇도 포함해 직업마다 필요한 기술을 실제 로봇과 비교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로봇에 일자리를 뺏길 위험이 큰 직업 종사자에게 대안의 직업도 제시했다. 기준은 기존 직업에서 익힌 기술을 재활용할 수 있고 재교육 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도축과 정육포장 종사자는 섬유 가공 관련 업종으로 전직(轉職)하는 것이 가장 쉽고, 식당 서빙 종사자에게는 매장 재고 관리가 재교육 부담이 가장 적은 대안으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