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를 뚫고 나온 식물. 뿌리가 삼투 현상으로 물을 흡수하면서 생긴 팽압이 콘크리트를 부순다./Thichaa

국내 연구진이 콘크리트도 뚫고 나오는 식물 뿌리를 모방해 벽돌을 부술 만큼 강력한 힘을 내는 소프트 액추에이터(구동 장치)를 개발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의 선정윤 교수와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 연구진은 “물을 흡수하면 팽창하는 하이드로겔로 식물 뿌리를 모방해 단기간에 큰 힘을 낼 수 있는 소프트 로봇 액추에이터를 만들었다”고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소프트 로봇은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 옷처럼 입을 수 있다. 재활 목적의 의료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기나 유체의 압력을 높여 힘을 내는 방식은 늘 펌프와 모터가 필요해 휴대성이 떨어진다. 연구진은 묵이나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하이드로겔로 식물 뿌리를 모방해 별도의 동력원이 필요 없는 소프트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만들었다.

식물 뿌리를 모방한 소프트 액추에이터

식물은 세포벽이 세포를 둘러싸고 있다. 세포가 물을 흡수하면서 팽창하면 질긴 세포벽이 이를 견디면서 마치 자동차 타이어처럼 단단한 구조를 유지한다. 덕분에 식물은 뼈대가 없어도 곧게 서고 흙을 파고들며 바위나 콘크리트도 부순다. 하이드로겔도 식물처럼 물이 고농도 용액으로 이동하는 삼투 현상으로 팽창한다. 연구진은 하이드로겔을 식물의 세포벽처럼 질긴 막 안에 넣었다.

논문 제1저자인 나현욱 연구원은 “원래 하이드로겔은 천천히 팽창하지만 이번에는 전류를 흘려 전기를 띤 이온 입자가 물을 같이 끌고 가도록 해 팽창 속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이번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하이드로겔 1g을 팽창시켜 130㎏ 무게를 들 수 있었으며, 2㎝ 두께의 벽돌도 5분 안에 부쉈다.

선정윤 교수는 “인공 근육이나 생체모방 로봇에 적용하면 별도의 동력장치 없이 빠르고 강력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며 “물에 뜨는 건축물이나 해저 도시 건설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물 뿌리 모방한 소프트 액추에이터 개발./서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