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대신 곤충이나 세포 배양육을 먹으면 식품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대부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식물성 대체육에 이어 동물세포를 키운 배양육이나 미생물 배양 유제품까지 시판되고 있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대체 식품이 소비자의 입맛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의 레이첼 마작 교수 연구진은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식품’에 “육류나 유제품을 식물이나 미생물 또는 세포 배양으로 만든 제품으로 바꾸면 식품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물, 토지 사용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식품의 환경 부담 80% 이상 감소
식품 생산은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농지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로 숲을 없애면서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관개 용수로 인해 호수와 강, 지하수가 마르고 있다.
마작 교수 연구진은 현재 소비되는 식품의 영양성분을 식물, 미생물 성분의 대체육이나 근육세포를 배양한 육류 등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소비자들이 새로운 식품을 선택하면 온실가스 배출은 83%까지 줄일 수 있으며, 물 소비는 84%, 토지 사용은 8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육류 기반의 식습관을 채식으로 바꿔도 온실가스 배출을 84% 줄이고, 물 소비와 토지 사용도 각각 82%, 80%까지 감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작 교수는 “배양육을 택하면 채식보다 기존 식습관과 더 비슷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작 교수가 분석한 새로운 식품은 최근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영국에서는 미생물인 균류(菌類)를 배양한 성분에 달걀 흰자를 결합한 대체육 제품인 퀀이 널리 소비되고 있다. 미국 임파서블 푸드는 식물성 단백질에 혈액성분을 추가해 고기의 색과 맛을 구현한 대체육을 개발했다. 국내에도 식물성분의 대체육으로 만든 스테이크와 샌드위치가 선보였다.
◇미생물 유제품, 곤충 단백질도 주목
최근에는 가축의 근육세포를 키운 배양육이 주목받고 있다. 2020년 11월 싱가포르 정부는 처음으로 미국 잇저스트의 닭고기 배양육 제품에 시판 허가를 내줬다. 배양육은 근육세포를 키울 때 소의 태아 혈청을 사용해 환경문제와 생명윤리 논란이 있는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배양육에 들어가는 소 혈청을 해양미세조류인 스피룰리나 추출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대형 식품업체인 대상과 CJ제일제당도 배양육 개발에 뛰어들었다.
육류에 이어 유제품에서도 가축이 사라지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에 이어 줄기세포로 만든 배양육이 선보인 것처럼, 두유(豆乳) 같은 식물성 유제품에 이어 최근 미생물 발효로 만든 유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미국 퍼펙트 데이는 발효 우유 단백질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미국과 홍콩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치즈⋅요구르트 제품도 곧 선보일 전망이다.
마작 교수는 곤충과 갈조류인 켈프, 스피룰리나, 녹조류인 클로레라도 새로운 대체 식품에 포함시켰다. 특히 곤충은 이미 전 세계에서 20억명이 식품으로 먹고 있어 육류 대체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곤충은 가축에 비해 환경 부담 없이 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연구에 따르면 소는 사료 10㎏은 먹어야 몸무게 1㎏을 찌울 수 있지만 귀뚜라미는 1.7㎏이면 충분하다. 물도 적게 든다. 몸무게 1㎏을 찌우는 데 소는 4만3000L까지 물을 줘야 하지만, 귀뚜라미는 8L면 된다. 고기 1㎏을 얻는 데 필요한 땅도 귀뚜라미가 소 사육지의 7.5%에 그친다.
◇”정부, 기업이 소비자 선택 이끌어야”
과학계는 곤충이나 배양육이 농축산업과 식품산업으로 인한 환경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정부나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단순히 영양분이 같다고 소비자가 대체 식품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아사프 차처 박사는 이날 같은 저널에 실린 논평논문에서 “이번 결과는 매우 유망한 발견이자만 소비자가 식습관을 바꾸기 꺼리면 식품산업에 필요한 전환이 지연되거나 가로막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대의 팀 랑 교수도 “이번 연구 결과가 맞는다면 엄청난 정책적 의미가 있다”면서도 “환경에 이로운 이러한 결과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식품을 바꿔서 얻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소비자가 새로운 식품을 선택하도록 이끌어야 달성 가능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