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후 수면 시간은 7시간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보다 많거나 적으면 인지기능이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Pixabay

중년 이후 수면 시간은 7시간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보다 많거나 적으면 인지기능이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 푸단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2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38~73세 약 50만 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7시간보다 많거나 적게 잠을 자면 뇌 인지기능이 나빠지고 우울증과 불안 등으로 정신건강도 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면은 뇌 인지기능과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는 잠을 자는 동안 낮에 쌓인 노폐물도 제거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면 형태가 바뀌고 잠에 들거나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수면의 질이나 양이 모두 나빠진다.

연구진은 38~73세 영국인 약 50만 명의 건강정보를 담고 있는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 중 15만 명 이상은 각자 수면 형태와 정신건강에 대한 설문조사에 답을 했다. 또 문제 처리 속도와 시각 집중도, 기억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인지 시험도 치렀다. 시험 결과 평균적으로 7시간 수면을 한 사람이 가장 좋은 점수를 보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 푸단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 최신 호에 영국인 약 4만 명의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도 발표했다. 뇌에서 수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은 기억 중추인 해마를 포함한 영역으로 나타났다. 수면 시간이 과도하거나 부족하면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의 부피도 줄었다.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의 바버라 사하키안 교수는 “7시간 수면에서 멀어지는 만큼 뇌 건강이 나빠진다”며 “잠을 잘 자는 것은 모든 성장 단계에 중요하지만 특히 나이든 사람에게는 운동을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연구에서는 수면 형태가 바뀐 사람은 염증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면 노화 관련 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 실제로 치매 환자는 일반적으로 불규칙한 수면과 불면증 등의 수면 장애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연구진은 수면 시간과 뇌 기능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히지 못했다. 푸단대의 펭 지안펭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잠을 잘 못 자는 이유는 유전자와 뇌구조 등에 영향을 받아 복잡하다”며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뇌파가 느려져 깊은 잠을 자는 서파(徐波) 수면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파 수면은 기억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파 수면 장애는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축적시킬 수도 있다.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는 것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특징이다. 깊은 잠이 부족하면 뇌에서 독성물질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또 수면 시간이 8시간 이상인 것도 수면의 질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잠에 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뒤척이는 시간이 많아 전체적인 수면 시간이 길어질 뿐 깊은 잠은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