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 스타트업이 재활용을 위해 떨어지는 로켓을 헬리콥터로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미국 로켓랩은 3일 “태평양 상공에서 헬리콥터로 지구로 떨어지는 로켓 1단을 회수했다”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가 역추진 분사 방식으로 발사체를 착륙해 수거한 적은 있지만, 헬리콥터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개척한 로켓 재활용 기술 개발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스페이스X뿐 아니라 블루오리진 같은 경쟁 업체들이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중국과 일본 등도 잇따라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민간우주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재활용 발사체 시장 규모는 2019년 4억8240만 달러에서 2027년 16억349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켓랩의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은 3일 오전 10시 49분(현지 시각) 뉴질랜드 발사장에서 34기의 상업용 위성을 싣고 우주로 발사됐다. 발사 3분 후 1단 로켓은 분리되면서 지구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태평양 상공 13㎞에서 보조 낙하산이 펼쳐졌고 6㎞에서 주 낙하선이 전개됐다. 시속 8000㎞였던 하강 속도는 36㎞까지 줄어들었다. 헬리콥터는 떨어지는 로켓으로 다가가 고리로 낚아챘다. 발사 후 15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헬리콥터는 로켓을 지상으로 옮겨왔다.
로켓랩은 스페이스X와는 다른 방식의 로켓 회수 방법을 선택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은 1단 로켓이 떨어질 때 추진기를 작동해서 자세를 고쳐잡는다. 지상이나 해상에서 로켓을 회수한다. 팰컨9은 높이 70m의 대형 로켓으로 연료를 충분히 탑재할 수 있지만 일렉트론은 높이가 18m에 불과한 소형 발사체이다. 1단 로켓에 추진기를 달기에는 크기가 작아 헬리콥터를 이용한 것이다.
로켓랩뿐 아니라 각국에서 로켓을 재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다. 스페이스X의 경쟁업체인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재활용 로켓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중국도 5년 내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 스타십은 완전히 재활용할 수 있는 로켓이다.
이렇듯 로켓 재활용을 하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로켓은 지구 중력을 뚫고 나가는 1단과 우주에서 목표 궤도에 도달하기 위한 2~3단으로 구성된다. 1단은 임무를 마치면 지구로 떨어지지만 상단부는 대기권을 지나면서 불타 없어진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1단이 총 비용의 60%, 상단이 20%, 페어링이 10%, 나머지 발사 과정에서 10%가 소요된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운반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게 된다.